““몇 년 전 서울에서 전시하던 중 관람을 온 초등학생들에게 ‘버선’을 아느냐고 질문했더니 그중 30%는 버선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잊혀가고 있는 버선은 사실 저에겐 누렇게 낡아 겹겹이 기워 신으셨던 어머니의 버선으로, 항상 아련하고 애틋한 물건 중 하나입니다.”

버선을 소재로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류현자 작가와 류 작가의 어머니 송홍남 여사가 함께 준비한 2인전 ‘사모곡-마주보기’전이 오는 7일부터 20일까지 광주 동구 지산동에 위치한 갤러리 다온에서 열린다.

류현자 작 ‘사모곡 22-2’

류 작가는 “얼마 전 강인하기만 했던 어머니가 세월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셨다”며 “이를 계기로 어머니로서만 마주했던 어머니가 아닌 여자로서의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기에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번 2인전이 그녀에게는 더욱더 의미가 깊다.

“거동도 곧잘 하시던 어머니가 종일 병석에 누워만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좋아하시던 뜨개질을 해 보시는 건 어떠냐고 권했던 것이 이번 전시의 시작이 됐습니다. 손가락 힘이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수세미를 뜨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이를 통해 작은 삶의 의미를 만들어드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수세미 작품과 함께 전시된 다양한 한국화도 눈길을 끈다. 특히 그녀의 한국화에는 꽃과 띠를 두른 장독대를 연상케 하는 원, 그리고 수많은 버선 그림들이 눈에 띈다.

류 작가는 “버선은 단호한 수평의 버선목에서 수직적으로 내려와 버선코에서 살짝 치켜든 수눅의 곡선이 기와집의 처마를 연상케 한다. 둥근 보름달을 쪼개놓은 듯한 뒤꿈치의 부드러운 곡선 또한 단순한 한국적 정서가 담겨있다”며 “사모곡은 버선을 거꾸로 붙여놓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었을 때부터 버선을 신고 생활하셨던 어머니의 모습 또한 작품 속에 녹여내려고 애썼습니다. 힘들게 일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의 젊었을 적 모습을 버선 위에 놓인 연꽃과 목련꽃 등을 통해 위로하는 동시에 그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류 작가는 생활방식이 바뀌며 불편하다는 이유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버선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버선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은 그대로인 것처럼, 현대화로 인해 가족관계도 붕괴되어가고 있지만 한결같은 어머니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닮은 어머니와 딸이 서로 마주보며 살아가는 모습이자 어머니에게 드리는 감사장과도 같은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깊이 느꼈으면 합니다.”

/오지현 기자

송홍남 여사가 만든 수세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