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개월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복귀자들이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오는 9월 전공의 채용을 앞두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본격적으로 가려낼 것으로 보인다.

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9월 전까지 전공의 복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진료 유지 명령’과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4일 해당 명령을 철회했고, 복귀한 전공의들에겐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나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방침은 따로 밝히지 않아 의료계에서 반발이 나왔다.

각 병원은 오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야 한다.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도 정부 방침에 따라 본격적으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 논의에 들어섰다.

전남대병원은 현재 전공의 341명(인턴 101명·레지던트 240명) 중 인턴 101명 모두 임용을 포기했다. 레지던트는 23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복귀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대병원도 전공의 150명(인턴 36명·레지던트 114명) 중 인턴 36명이 임용을 포기했고, 96명의 레지던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 4명만 병원에 복귀한 상태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중단한다 했지만, 당장 복귀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부 지침이 각 병원에 전달되면 실제 사직할지 전공의들에게 의견을 묻고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는 9월 채용 계획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 사직하는 전공의들이 원소속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현행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전공의가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같은 전공과·연차로는 복귀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바꾼다는 것이다. 규정이 바뀌면 오는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도 동일 과·연차로 일할 수 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도 이례적으로 하반기에 전공의를 다수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대로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상반기에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것으로 모집 인원이 적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지난해 하반기 각각 9명·5명의 채용 공고를 냈고, 대규모 사직시 올 하반기 모집 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되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고 말했다. 그는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공의들은 그간 주 80시간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아직 수련생이라는 신분 또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전공의들은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도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린 이유”라며 “정부는 전공의들이 생각한 진로대로 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