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 휴학’을 제한적 허용하면서 유급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은 유급·제적 조처를 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놨지만, 학년 말 성적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지역 의대에서는 휴학 승인 방침에 부담을 한시름 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종 특례에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온 의대생들의 경우 학교 복귀가 불투명한 만큼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6일 지역 대학가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은 지난 1학기부터 대거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집단 휴학에 동참한 전남대 의대생은 650여명, 조선대에서는 의대생 593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남대 의대 2학기 최종 등록일은 7~8일이며, 조선대 의대는 지난달 23~27일 닷새간 등록금 납부 기간을 운영했다.

7일부터 2학기를 개강하는 조선대는 의대생들의 등록률이 저조하자 다음 달 말까지 등록금 납부 기간을 추가 연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각 대학이 등록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는 데에는 의대생의 제적 처분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등록금 납부 기한이 확정된 후 휴학 의사를 밝히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은 학점 미달로 대거 유급될 수 있다.

대부분 의대의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대학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조정했지만,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될 경우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지속된 의대생들의 대규모 휴학 신청, 수업 거부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의대 학사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이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는 서울대 의대가 학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후 그 여파가 다른 학교 의대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유지한 채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동맹휴학이 아닌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대학에는 학생들이 올해 복귀할 경우 탄력적인 학사 운영 등을 통해 원활하게 이수하고 진급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만약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려면 학생의 휴학 의사를 재확인하고 기존에 제출한 휴학원을 정정하도록 해 동맹휴학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경우 휴학원에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한다’는 점을 명기한 경우에만 휴학이 승인된다.

정부는 이같은 대책에도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제적 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대생 ‘동맹휴학’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정부는 의료인 양성 관련 모집단위의 경우 대학이 교육의 질과 여건 등을 고려해 휴학과 복학 규모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양성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대학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단축·탄력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 예과 2년·본과 4년 등 총 6년인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여 올해 의정 갈등의 여파가 추후 배출될 의료인력 수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의사 국가시험·전공의 선발 시기 유연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제도 개선안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화한 후 하반기 중 개정해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의 조건부 휴학 허용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 속 서울대 의대에서 시작한 휴학 승인 도미노 위기를 우려한 고육지책일 뿐이다”며 “이 정책대로라면 내년 의대 1학년이 7,500명에 육박할 것인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되면 당장 의사 배출이 급감할 수 있다”며 “의사가 없으니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구조 전환도 어렵고, 공보의·군의관이 배출되지 않아 공공의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