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도시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최근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두고 광주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도시 활력을 위해 기본계획 용역과 관련 조례 제정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광주지역의 경우 인구 감소, 주택 공급 과잉 등에 발목잡혀 사업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시행됐다.

특별법은 특별정비구역 내 도시정비사업 통합심의,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리모델링 때 가구 수 증가, 국·공유재산 사용기간 확대, 용적률 등 도시·건축규제 완화가 주요 골자다.

적용 대상 지역은 택지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택지로 향후 기본방침 수립과 기본계획 수립,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을 거쳐 추진된다.

광주지역에서 사업대상지 조건을 갖춘 택지지구는 하남1지구(1991년), 문흥지구(1994년), 풍암지구(1999년), 일곡지구(1996년), 상무1지구(1999년), 운남1(1997년)·2지구(2001년), 첨단과학국가산단 배후지(1998년) 등 총 7곳이다.

국토부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원칙, 특별정비구역 내 추진사업 유형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전국 지자체는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사전준비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5월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해운대구의 경우 재정비 추진과 정책 이주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도시 재정비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인천시도 주민 갈등 요인을 사전에 조율하고 대규모 택지개발에 대한 관계기관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노후계획도시정비 추진 태스크포스(TF)발족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회도 최근 노후계획도시의 광역적·체계적 정비를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사업 조속 추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처럼 타 지자체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광주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높은 주택보급률, 재개발·재건축 등 아파트 신축 계획을 고려, 국토부 가이드라인과 타지역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지역 연도별 주택보급률을 보면 2021년 기준 104.5%로 전국 평균(102%)보다 높으며, 올해는 110.9%로 110%를 돌파했다. 2030년이면 119.8%로 1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광주지역에 10년간 공급될 아파트 물량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1만2,754세대, 재개발·재건축 3만6,562세대, 신규 택지개발 2만9,343세대 등 14만세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건설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중견 건설 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지난해부터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 인상, 미분양 등으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법인회생 신청에 나선 광주·전남 업체는 남양건설, 한국건설, 일군토건, 송학건설 등 10곳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가 지난달 특별법 시행에 따라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 수립을 희망하는 부산, 대구, 대전, 경남, 전북, 전주 등 전국 23개(광역 10곳·기초 13곳) 지자체와 협의체를 꾸렸지만, 광주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안형순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외연적 확장보다는 기존 자원의 밀도를 높여 도시 기능과 주거 기능을 조화롭게 집약하는 컴팩트 시티라는 최근 도시계획 흐름과 맞닿아 있다”며 “광주의 경우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산업지역내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고, 신축 아파트 가격과 건축비도 오르고 있어 사업대상지에 주택 조합 주도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후 도시 정비를 위해서는 아파트 미분양, 주택 공급 물량, 교통 대책 등 여러 가지 지역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국토부의 기본 방침이 확정된 이후 대상 지역들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등 면밀한 검토를 통해 기본계획 수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