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는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속도가 변함없이 유지되며 정지해 있거나 등속도 운동을 계속한다. 여기에 힘이 작용하면 속도의 크기나 방향이 바뀐다. 속도의 변화나 가속도가 현대인의 의식에 속속 반영되는 것은 순간순간 변모하는 현대적 삶과 무관치 않다. 속도 상승률을 높이는 경우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뚫고 나가리라는 기대감이 상승할 때 나타나는 속도의식에서 발생한다. 속도의식, 이는 시간의 레일 위를 달리는 생활인 모두에게 예외일 수 없다.

시간을 모티브로 삼은 대표적 작품이 미하엘 엔데의 '모모'이다.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소녀의 이야기는 누구나 주어진 시간의 레일 위를 달리지만 시간이 가져다 주는 만족도는 각기 다를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가치있게 사용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반사각의 편차는 달라진다. 모모는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무대응한 채 휘둘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야 할지를 일깨운다.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주인이 되어 창조적 운용을 하며 살 것인가, 시간에 예속되어 끌려가며 살 것인가 이 선택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시간은 영속적으로 흐르지만 물리적 시간 앞에서 우리는 시간의 제한성을 받는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간의 움직임, 이는 어쩌면 단지 시계에 적힌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시간의 실체는 숫자를 넘어서 훨씬 더 거대하고 추상적이며 상상적이다. 사실 시간이란 것은 우주가 생긴 이래 계속 흐르고 있었으며, 시계의 숫자가 만들어낸 그 시간은 오랜 시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간에 상상력을 첨가하면 그렇게 분절된 형태로 규정될 수 없는 대상이 또 시간이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주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일러준다.

한 시간의 강의 시간이 너무도 따분하고 지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형수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마지막 5분간은 금싸라기보다 소중하고 절박한 시간이었다. 연인과 마주할 때 몇 시간이라는 시간조차 너무나 짧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시간은 전혀 다른 길이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의미없이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에 내맡기며 쫓기는 삶을 살 것인가? 만족도 높은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카이로스(Kairos)'의 삶을 살 것인가?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 이 두 개의 시간은 개념이 다르다. 베르그송은 '변화하므로 지속하는 존재'라고 시간관을 보이면서 인간도 우주와 함께 창조적 진화를 겪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빠른 속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일상적 시간인 '크로노스' 레일을 벗어나 극적인 전환의 삶의 연속성을 회복할 '카이로스' 시간의 레일로 바꿔타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체적 기대와 정체성 회복으로서의 현재와 내일로 가는 가열찬 시계바늘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시간의 주인이 되어 시간을 부리며 살아간다면 상실한 시간을 되찾음으로써 본래적 자아를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절대적 시간의 레일을 달린다는 것은 매번 두렵고 불안한 시간의 바람에 휘둘리며 달리지만 상대적 시간의 레일을 달린다는 것은 나의 관점으로 삶을 살아가는 일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주관으로 새로운 사건과 기회, 계획과 실행, 시도와 경험의 조합이 만드는 역동적 시간을 통해 시간의 주체가 되어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안에서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 추억을 창조하고 기회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불안한 소실점이나 종말은 크게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