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시대다. 노래와 드라마서부터 코스메틱, 소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이 거세다.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 한류의 뜨거운 기세는 K-푸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K-푸드의 중심엔 맛의 원류 전남이 자리하고 있다. 전남이 올해 처음으로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를 개최하는 이유다. 남도음식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플랫폼 역할을 할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를 미리 들여다본다.



●K-푸드의 중심 남도음식

한식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한국의 식문화는 당당히 주류 반열에 올라섰다. 된장과 고추장, 쌈장 등이 고유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고, ‘먹방’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까지 등재됐다. 지난해 뉴욕에서 선정된 71개 미슐랭 식당 중 11곳이 한식당이었고, 곰탕은 ‘뉴욕 최고 요리 8선’에 올랐다.

신드롬급 열풍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김밥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고, 덩달아 과거 ‘블랙 페이퍼’로 외면받던 김 역시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세계 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산 김의 80%를 전남산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도를 높인다.

비단 김 뿐만이 아니라 된장, 간장 등 전통 발효식품도 고품질 건강식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 19차 회의에선 2년 전 신청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식 맛의 근간이 되는 장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2008년 ‘진장’으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35호로 지정된 담양의 기순도 명인과 ‘즙장’비법으로 2015년 식품명인 65호로 이름을 올린 강진의 백정자 명인 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식이 글로벌 주류로 입성하면서 농식품 수출액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농식품 수출액은 90억5,000만달러(약 12조6,935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0% 증가한 11억3,840만달러(약 1조5,967억원)로 집계됐고, 과자류 수출액은 16.5% 늘어난 7억570만달러(약 9,898억원)였다.

냉동 김밥과 즉석밥, 떡볶이 등 쌀 가공식품 수출액도 2억7,500만달러(약 3,857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39.3% 늘었다.

전남산 농수산식품 수출액 역시 같은 기간 7억300만달러(1조260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늘었다.

이중 김 수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2018년 대비 3배 증가한 3억3,000만달러를 돌파했다.

더불어 지난해 10월에는 북미 최대 한인마트인 H-마트 온라인몰에 전남 식품관이 문을 열어 전남 농수산식품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다.

H-마트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 124개에 달하는 매장을 보유한 북미 최대 인터내셔널 슈퍼마켓으로, H마트에 지자체 전용코너가 개설된 것은 전남이 처음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미식의 격전장 뉴욕 등 한식이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며 “가장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세계에 통하는 K-푸드 시대에 남도음식은 한국 맛의 원류로 더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음식의 세계화 원년

남도음식은 그동안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통해 국내외 방문객들의 입맛을 잡고, 전통을 이어왔다.

지난해 9월 목포에서 열린 30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는 27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국내 대표 음식문화 축제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 같은 인프라와 세계 시장에서 날개를 단 한식의 기세를 더해 올해를 남도음식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로 확장, 성공 개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박람회를 통해 남도음식의 세계화·산업화를 앞당기고 남도 미식을 관광자원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26일까지 한달간 맛의 도시 목포시 일원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국내외 관람객 22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남도는 박람회를 통해 생산유발 3,206억원, 부가가치 1,408억원, 일자리 3,739명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음식과 관련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지역경제와 관광, 미식 생태계 활성화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박람회 준비에 탄력이 붙었고, 기본계획과 총괄대행사 선정, 식품, 외식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협력사업 발굴 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7대 테마, 13개 분야 전시관 구성으로 큰 틀이 잡힌 상태며, 조만간 최종보고회를 통해 박람회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다.

7대 테마 중 ‘미식존’은 전통과 현대적 남도음식이 공존하는 남도 미식관, 세계 3대 미식 국가(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와 요리를 소개하는 세계 미식관, 독특한 식사 예절을 가진 프랑스, 스페인 등의 식문화를 연출하는 글로벌 식문화관, UN 지정 ‘지속가능한 미식의 날(6월18일)’ 의미를 표현하는 지속가능 미식관 등으로 구성된다.

‘산업존’에서는 혁신기술에 맛이 더해진다.

국제 푸드 클러스터관에서는 세계 식품기업의 푸드 밸류체인,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지고, 미식산업관은 농업 → 식품 → 외식 → 관광 → 콘텐츠산업으로 연결상을 확인할 수 있다. 푸드테크관에선 음식과 기술이 융복합된 푸드테크 플랫폼을 통해 해외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지역미식관에서는 K-미식 마켓이 운영된다.

부제가 미식으로 나를 ‘말(Talk)하다’인 ‘체험존’은 미식산업 체험관, 미식문화 체험관, 세계 남도미식회관이 운영된다.

이곳에서는미식 국가들의 문화와 전통주·와인을 접할 수 있고, 남도 음식과 대륙별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K-미식 투어존’에서는 ‘찐(Real)’한국인의 밥상을 만날 수 있다. 전남 대표 미식거리인 여수 낭만포차 거리도 재현된다.

또 선셋 미식 콘서트와 해상 공연 퍼포먼스, 해양 체험, 수묵비엔날레 연계 전시, 주한 외국 문화원 연계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도 진행된다.

K-영화·드라마 속 남도 미식 따라잡기, 원도심 속 근대 미식 찾기 등 레트로 미식투어와 식품 명인 ‘기순도 발효학교’ 장류 체험, 정관스님 초청 음식철학 강좌 등이 포함된 고메투어 등도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K-팝, K-드라마에서 이제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남도음식은 K-미식을 대표할 경쟁력이 있다”며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미식과 다양한 산업을 융합하는 점에서 그동안의 박람회와 차별화되는 행사다. 지역경제와 관광, 미식 생태계를 아우르는 박람회로 치러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