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띠 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한국민속상징사전 ‘뱀 편’에 따르면 뱀은 12띠 중 여섯 번째의 띠로, 용(辰) 다음이 뱀(巳)이다. ‘巳(사)’는 ‘식물이 자라서 싹이 터서 한참 자란 시기’를 의미하며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가리킨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방위는 남남동, 오행은 화에 배당되고 대응하는 서양 별자리는 황소좌다. 푸른색은 건강한 성장과 안전을 일컫는다.

뱀띠 생은 충실의 기를 타고났으므로 사람됨이 비범하며 무슨 일이든지 남에게 지지 않고 자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며 또 지력과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

뱀띠는 신중한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다. 또한 온화하고 여유로운 면도 있다. 사주 4개의 지지(地支) 중에 巳가 있으면 현명하거나 직관력을 지닌 경우도 흔하다. 뱀은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소리 없이 움직인다. 하루에도 오랜 시간을 동그랗게 자신의 몸을 감아 똬리를 틀고 명상하듯이 소리 없이 앉아 있다. 뱀띠는 차분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도 제격이다. 뱀의 신체가 차듯이 성정이 차가운 면을 지닌 경우도 있다.

뱀은 불사와 영생, 풍요와 다산, 지혜를 상징한다. 품위가 있고 용의주도한 편이며, 어느 종교에 빠지게 되면 어떤 박해나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한길로 매진하는 정력과 패기를 가지고 있다. 본성적으로 세심하면서도 한편 의심이 많은 신경질적인 기질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방종을 경계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생활태도를 익혀야 한다.

뱀의 해가 오면 뱀띠 태생들은 뱀의 기운이 더 뚜렷해진다. 뱀의 기운이 약했던 사람은 을사년이 오면 기운을 얻어 긍정적인 효과를 부른다. 미뤘던 일을 추진해도 좋다. 막혔던 일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뱀은 아무리 작은 구멍도 빠져나가는 능력을 지닌 동물이다. 한 줄기 작은 빛이라도 보이면 뱀의 지혜를 통해 광명의 공간으로 소리 없이 나갈 수 있다.

뱀은 예로부터 도전에 앞서 신중하고 기민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십이지신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주변 환경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학문, 두뇌, 전략 등을 상징하는 동물이기에 인간이 현명한 존재가 되기 위한 근본 양식을 키워주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뱀은 용과 함께 영험한 힘을 가졌다 해도 죽이거나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조까지만 해도 뱀을 먹는 풍습은 없었다. 뱀의 쓸개가 눈을 밝게 한다는 말이 본초강목에 나와 있기는 하나 정력에 좋다는 속설은 뱀 장수들이 만들어낸 허설이라고 할 수 있다.

뱀의 독은 맹독으로, 한 마리가 가진 독으로 수십 명을 죽일 수 있다. 뱀탕을 끓였을 때 뜨는 뱀의 기름은 오히려 남성의 성 기능을 해친다고 밝혀졌다. 뱀을 생식한다든가 구워서 먹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몸에 좋지 않은데, 이는 독성이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의 몸에 그대로 섭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뱀을 ‘업구렁이’라 해서 신성시해왔으며, 구렁이가 집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재물을 내려준다고 해 길조로 여겼다. 업구렁이가 집에서 나갈까 봐 걱정하면서 귀하게 모셨을 뿐만 아니라 ‘뱀’이나 ‘구렁이’라 부르지 않고 ‘지킴’ 또는 ‘지킴님’이라고 높여 불렀다.

이건의 제주풍토기를 보면 ‘풀이 무성하고 습기가 많을 때는 뱀이 규방이나 처마, 마루 밑, 자리 아래 등 어디서나 기어들어 와서 잠을 잘 때 피하기가 어렵다. 섬사람들은 뱀을 보면 죽이지 않고 부군신령이라 하여 쌀과 맑은 물과 술을 뿌리면서 빌었으며, 만일 뱀을 죽이면 재앙이 내려 발꿈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죽는다고 알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뱀은 수수께끼나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수수께끼 중 ‘배로 걸어 다니는 것은?’ 또는 ‘다리 없이 배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이라는 수수께끼의 답은 ‘뱀’이다. 관련 속담도 많은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은 깔끔하고 명료하기보다는 모호한 태도로 얼버무리는 것을 뜻한다. ‘구멍 속 뱀이 서 발인지 너 발인지’는 아직 밖으로 나타나지 않은 숨겨진 대상에 대해서 짐작할 수 없다는 뜻이며 ‘뱀을 그리고 발까지 단다’는 속담은 사족과 같은 말로 필요 없이 덧붙여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한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