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이자 새해 첫날인 1일 희생자 179명에 대한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되면서 수사당국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와 미국 측 전문가로 구성된 한·미 합동조사단이 기체와 엔진 등 잔해 상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상당수의 희생자도 유가족에게 인도되면서 장례 절차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5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이날 중으로 인도 가능한 40~50구의 시신을 분류해 유가족에게 통보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희생자 가운데 21명 시신이 유가족에게 인계됐고, 이중 11명은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장례식장으로 이송이 완료됐다.

유가족은 시신을 인도받으면 먼저 장례에 돌입할지, 다른 희생자들과 합동 장례를 치르기 위해 기다릴지 결정해 추후 절차를 밟게 된다.

유족에게 시신이 인도된 후 발견되거나 확인된 신체 부위에 대해서는 따로 합동 장례를 치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구성된 미국 합동조사팀도 전날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기관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관 12명)와 미국 연방항공청(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3명), 항공기 제작사 보잉(6명)이다.

전날까지 사고현장에 파견된 보잉 관계자는 4명이었으나, 미국 측은 이번 사고의 심각성과 신속한 다각도 조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2명을 추가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총괄하는 사고조사단장(IIC)은 한국 측인 항철위 항공사고조사팀 소속 조사관이 맡았다.

전날 첫 현장 조사에 나선 합동조사팀은 우선 항공기가 충돌하며 사고로 이어진 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면밀히 들여다봤고, 이날부터 사고 여객기의 엔진과 기체 등 잔해 상태와 조류 충돌 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했다.

조사팀은 사고기의 엔진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며 사고의 실마리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철위는 음성기록장치(CVR)에 저장된 자료를 이미 추출 완료했고, 해당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가능한지 기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여의찮을 경우 미국에 보내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 지지대의 재질과 활주로부터의 거리 등에 대한 국내외 기준 부합성 여부를 살피고 있다.

다만 여객기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참사는 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렌딩기어 등 제동장치 미작동 △짧은 활주로 △활주로 3분의 1 지점 착지 여부 △로컬라이즈 설치 규정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또한 공항 측에서 조류 퇴치 전담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운용하고 있었는지도 규명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음성기록장치(CVR)에 저장된 자료의 추출을 완료했고 오늘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다”며 “커넥터가 분실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관상 저장장치 내 자료 훼손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1차 착륙 시도 당시 사고기 랜딩기어가 작동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러 증언을 종합해 조사 과정에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