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타 탑 앞에 선 필자.

금각만 북쪽인 탁심지구 해변 가까이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으니 여행 이튿날 갈라타 탑(Galata Tower)부터 구경 갔다. 이 탑은 유라시아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 모든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유명 전망대다. 아이콘 랜드마크로 탁심지구 최고 명소다.

탁심지구 다른 명소라면 한국 명동에 해당하는 탁심광장이 북쪽에 있다. 이 유명 광장은 갈라타 탑에서 2㎞가 되지 않은 곳이니 시가지를 지나는 워킹투어에 적합하다. 가는 길 중간 비잔틴제국 유산인 성 안토니오 성당도 이슬람 땅에서 관람할 수 있다.



●탁심지구 최고 명소…시가지 한눈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전에 건설된 탁심광장 지하철과 상가에 필이 꽂혀 답사했다면 그곳에서 동쪽으로 1㎞ 떨어진 돌마바흐체 궁전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현장에서 관광할 수 없다면 보스포루스 해변에 위치하니 주야간 유람선 여행시 먼발치로 구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갈라타 탑은 6세기 전 진출한 제노아와 베네치아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망대로 건설됐다. 그 이전 제4차 십자군 전쟁시에도 탑으로 존재했다. 1348년 제노아 상인들이 재건축할 때는 그리스도 탑(Tower of Christ)으로도 불렸다.

장구한 세월 여러 차례 개축이 이뤄진 것. 마침내 1960년대 내부 목재 계단 등을 콘크리트로 바꿔 일반인과 관광객들에 공개됐다. 이탈리아 유명 탑들이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소리를 들으며 올라 가지만 안전조치를 취한 덕택에 견고한 이곳 벽돌 계단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갈라타 탑 정상부의 벽화.

●갈라타 탑서 날개 달고 뛰어 내려 바다 건너 아시아에 착륙한 괴짜 인간

탑은 67m인데 언덕에 위치하니까 더욱 높게 느껴진다. 최초 건축됐을 때 이스탄불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비잔틴제국 시대에는 위대한 탑(the Great Tower)으로도 불렸다. 이렇게 높은 탑이니 여기에 얽힌 영웅담도 있다.

오스만 터키 제국 시대인 1638년 한 괴짜는 이 탑 꼭대기에서 자신이 제작한 날개를 몸에 부착하고 활공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날아갔다. 그는 아시아쪽 이스탄불인 우스크다르 언덕까지 무사히 날아가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빌려 ‘헤자르펜 타워’라고도 부른다. 그의 용맹을 기리는 조형물이 탑 꼭대기에 하늘의 용사처럼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사연을 모른 채 관람한다면 생뚱한 이미지로 다가설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게 여행의 진리다. 갈라타 탑 위용은 금각만 양편 저지대에서 올려다 보면 가히 스카이라인을 독점한다. 그러나 파티흐 지역 고지대에서 조망하면 탑 뒤쪽 먼 곳에 현대식 마천루 십여개가 병풍처럼 배경을 이룬 뷰를 감상할 수 있다.

갈라타 탑 정상부의 벽화.

●튀르키예 경제 먹여 살리는 입장료 수입 그저 부러울 뿐

튀르키예 경제사정은 현재 심각한 인플레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세계 6위(때론 4위) 관광대국 덕택에 신음하고 있는 거시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관으로만 본다면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토쿄 타워, 상하이 동방명주 등 세계적 탑에 비길 수 없지만 입장료는 30유로, 한화 4만5000원이다. 정확히 10년전 6.5유로였으니 외국 관광객들이 어려운 경제 구세주인 셈이다. 튀르키예 도처 관광지마다 비싼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관광 전공자로서 공정여행이라 여기고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는 게 맘을 편하게 했다.

갈라타 탑은 연인들의 아베크 코스이고 여행자들에겐 필수 코스다. 선물과 꽃을 준비하고 찾아가는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라 한다. 그래서 종아리에 ‘하트’를 문신한 미모의 여성이 커플과 갈라타 탑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순간 인증샷으로 남겼다.

갈라타 탑 전망대 내부의 이스탄불 시가지 입체 조감도.

● 세계 최고 풍광 자랑 갈라타 탑 전망대

갈라타 탑 정상에서 한 바퀴 돌면서 360도 뷰를 자랑하는 전망대는 폭이 좁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은 너그럽고 즐거울 뿐이다. 파노라마처럼 포토존이 널려 있어 체증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즐겁다. 이곳은 맑은 날이 많고 사방에 바다 천지이니 공기와 햇살이 찬란해 아름다운 굴곡을 이루는 시싸이드 뷰와 하늘 아래 2000년 고도의 스카이라인 뷰가 경탄스러울 뿐이다. 외벽에서 한 바퀴 도는 데 폭이 좁아서 그렇지 유리창이 막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맨눈으로 눈부신 바다와 청정한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은 여행자의 특권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갈라타 탑 조망은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에 더욱 싱그러웠다. 황혼의 장관도 대단할 것이지만 갈 길이 바쁜 이방인으로서 어찌 다 욕심낼까 보냐! 탑에 오른 여행객들은 눈으로는 다 담을 수 없어 사방의 포토존에서 온갖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이곳이 아마 세상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곳이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산수가 사방에 둘러 있고 투명한 햇살이 대지를 빛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선도 만곡을 이뤄 해협, 만, 바다로 리아스식이니 곡선미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지형도 완만한 구릉을 이루어 일망무제 하니 구도심 건너편 마르마라 바다도 아스라이 빛난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 유수의 고도면서 유라시아 대륙 초거대도시로서 건축물도 과거부터 현대까지 그 역사를 자랑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뛰어넘어 갈라타 탑에서 조망하고 헤아려보는 이 도시의 모든 것은 그 승경과 유산이 세계인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현대판 노마드를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천하 산수와 세속의 경이를 탐미하라고 외치고 싶다. 경탄스러우면서도 에뜨랑제에게 그로테스크 하게 보이는 모스크 첨탑(미나렛) 주랑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많은 미나렛은 꼭 하늘을 받쳐주는 열주처럼 보인다. 모스크가 사방에 널린 것도 신기하지만 모스크마다 미나렛이 몇 개씩 옹위하는 것도 장관이다.

다음편은 금각만 북쪽 파티흐지구의 이모저모를 다루되 하이라이트가 되는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등은 그 다음이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

갈라타 탑 내부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