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취하면 전두엽 부위를 억제하여 감정적 및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흥분되어 보일 뿐 중추신경 억제제이다. 술에 취하면 본심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과장을 넘어서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 왜곡된 말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술은 가면을 쓰고 있고,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술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인하여 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다음을 명심해야한다.



● 음주는 속도가 중요하다

주량이 많으면 술이 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술을 마시는 속도에 의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크게 달라진다. 술은 대부분의 약처럼 혈중농도가 비례하여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빨리 마시면 마실수록 축적되어 순식간에 10배도 증가할 수 있다(음주운전 단속 알코올 혈중 농도기준인 0.03%의 약 10배 이상이 되면 사망). 출구가 고정 차선인 고속도로에 러쉬아워 때 차가 밀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술병으로 나팔불듯이 마시거나 술 마시기 시합하면 죽는 이유이고, 강제로 먹이는 벌주는 살인 유사행위이다. 그러므로 “술은 닭이 물을 마시듯 천천히 마시라”는 뜻으로 한자로 술 주자는 물 수변에 닭유자로 구성되어 있다.

● 주량은 변한다

술을 분해하는 효소는 알코올 대사효소와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 대사효소가 있다. 전자가 많으면 술이 덜 취하고, 후자가 적으면 숙취가 심하다. 둘다 많으면 술이 세다고 한다. 그러나 술을 만성적으로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면 1~2주안에 다른 효소가 증가하여 술이 늘기도 하지만, 1~2주간 금주하면 옛날 주량으로 돌아가므로 그때는 양과 속도를 줄여야 한다.



● 술과 수면제의 상호작용

만성 음주자는 대사효소의 증가와 내성으로 인하여 일부 약물의 효과가 저하된다. 또한 술을 수면 보조제로 사용하면 뇌는 술을 수면 유도제로 의식하게 되어 수면제 안 먹으면 잠이 안 오듯이 술을 안 마시면 불면증이 초래된다. 술은 독특하게 알코올 대사 효소 유도제이면서 동시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억제제로 작용하므로 수면제의 대사를 억제하여 잠이 잘 오게 한다. 그러나 금주한 날은 잠도 안 오고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떨어진다. 여기에 잠을 자려고 수면제를 더 먹어도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면 증량된 수면제가 대사되지 않아 수면제를 한 줌 먹은 꼴이 된다. 특히 연예인 및 의사가 중요한 일정으로 잠을 재촉하려다가 무지와 약에 대한 유리한 접근성 때문에 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 과음하면 특히 위험한 약물

약을 복용할 경우 금주를 하거나 음주 후 8시간이 경과한 후 복용해야 한다. 특히 술을 진정수면제 및 아편유사 진통제와 병용하면 호흡 억제 및 사망 위험이 있고, 타이레놀)과 병용하면 치명적인 간 손상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일부 항진균제 및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와 병용시 심한 숙취가 초래될 수 있다.

/최철희 조선대 의대 약리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