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작품인‘새벽-붉게 물든 정화수’를 보면 당산나무 아래 정화수가 있습니다. 제 ‘물 시리즈’의 시초가 이 정화수입니다.”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송필용:곧은소리’ 작가와의 대화에 나선 송필용 작가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설명했다.

동학과 일제강점기를 이어 1980년대까지 민중들의 아우성이 핏빛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그린 ‘땅의 역사’를 비롯해 작가의 어머니를 그린 ‘동학’, 화순 백아산을 통해 역사의 질곡을 담아낸 ‘땅의 역사-백아산’, 세월호 사건 당시 진도 팽목항 바다를 그린 ‘검은 바다’, 금강산 만물상을 그린 ‘몽유금강’, 그리고 ‘물의 서사’까지 40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세계가 면밀하게 소개됐다.

송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때 미술실기대회에서 장려상을 탔는데 부상으로 받은 24색 크레파스에 매료돼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중학교때 미술선생님의 적극적인 지도도 미술을 계속하는 계기가 됐고, 전남대 재학시절에는 광주항쟁이 발생해 왜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궁금해 역사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고흥 출신인 송 작가는 1980년대 민중미술을 시작으로 사회적 변화와 전통문화의 깊이를 통찰하며 시대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해왔다. 민중미술 3세대이자 민중미술에서도 회화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연 속에서 역사의 흐름을 탐색한 ‘물 시리즈’를 선보이며 예술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3오지호미술상 수상자인 송 작가의 예술 성과와 미술상 수상 취지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송 작가는 “물은 상황과 장소,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작품을 보면 푸른 강줄기가 빛을 받아 하얗게 된다. 삶의 빛이 돼서 흘러간다는 의미다. 물을 그리되 역사로 어떻게 감각화해서 상징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이 주는 모든 것들이 현대를 살아가면서 사유의 통로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편안한 세상이 됐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좋아졌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80년대는 데모하고, 먹고, 공부하고, 그림 그리고, 오로지 직진뿐이었다. 정의를 위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100%는 아니지만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고 앞으로 계속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광주의 역사와 5·18을 인식하면서 조형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역사의 우여곡절을 물로써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한다”며 “5·18의 세계화를 위한 방법도 연구중이다”고 설명했다.

송필용 작가는 “80년대 초 그림은 거의 핏빛이었다. 전쟁터에서 그리는 그림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사실에 기반해서 현실을 조합했는데 지금은 물로서 풀어가는 방식이다”면서 “퇴보하지 않게 긴장하고 시대를 풀어내는 감각을 놓치면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물 작업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2023오지호미술상 수상작가전 ‘송필용:곧은소리’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