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지역 작가들이 바라본 남도의 풍경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새봄맞이 소장품 기획전 ‘빛이 머문 자리, 풍경의 속삭임’은 김보현 화백을 비롯해 김영태, 오승우, 윤재우, 진양욱 화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지역 풍경을 조명한다.

조선대 미술관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의 기증작 380여 점을 포함해 총 1,860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 이를 통해 지역 미술의 가치와 흐름을 조명해 왔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과 그 안에 담긴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예술이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작가들의 각기 다른 개성과 시선으로 지역의 풍경과 감성을 담은 작품들 속에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비교·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같은 풍경이라도 작가의 시선과 표현 방식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볼 수 있고 자연과 예술이 교감하는 다채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진양욱 작 ‘무등산’

제1전시실은 김보현 화백이 여행 중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풍경화를 비롯해 오승우 화백의 양림동, 마이산, 속리산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전시됐다.

1970년대부터 여행을 자주 다니며 즉흥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표현해왔던 김 화백의 작품은 기억 속 이미지들이 겹쳐지는 독창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무제’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작가가 바라본 풍경이 어떻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승우 화백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 터치, 그리고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적 정서가 담겨있다. ‘신록, 광주 양림동 풍경’은 짙은 녹음이 가득한 양림동의 한 장면에서 작가가 바라본 양림동 풍경이 현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김보현 작 ‘무제’

제2·3전시실에는 김영태, 윤재우, 진양욱 화백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김영태 화백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탐구하며 목가적인 분위기와 따뜻한 색감으로 자연을 감성적으로 재해석한 풍경화다. ‘향일암 가는 길’과 ‘법성포에서’는 여수와 영광에서 작가의 눈에 비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윤재우 화백의 작품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색채, 선적인 표현이 특징이며 시대별로 다양한 화풍을 시도해 강렬한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로 개성적인 화면을 뽐낸다. ‘양양해경’ , ‘울산바위 저녁노을’에서 선 굵은 터치 속 풍경의 자연스러움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진양욱 화백의 작품은 다채로운 색면과 낙천적인 색채 표현을 통해 생동감이 넘친다. 겨울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한 짙은 산세 아래 봄이 올라오는 초록빛이 서린듯한 ‘무등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