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드디어 승리했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린 지난 4일 오전 11시 광주 광산구 성덕고등학교.

이날 고등학교 2학년 31명의 학생들은 각 자리에 앉아 헌재의 탄핵 선고 방송을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모습을 바라보며 탄핵이 인용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문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생중계 시청 도중 황석하 성덕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가 왜 지켜야하는지 질문을 던졌고, 학생들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다 등을 근거로 헌법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전 11시 22분. 애타게 기다려온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특히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이 인용됐다는 감격에 눈물겨워 했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난날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예찬 학생은 “비상계엄은 경제·외교 문제를 비롯해 사회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렸고 국민들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며 “당시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 국회로 향한 국민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최시은 학생도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못한 판단이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것으로 파면은 옳은 결정이고 너무 후련하다”고 전했다.

생중계 시청이 끝나자 교실 안과 복도는 또 한번 학생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부모, 친구에게 파면 소식을 전하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어때동무를 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뻐하며 즐기고 있었다.

황석하 교사는 “헌재 판결 직후 학생들에게 비상계엄, 헌법재판관 판단 등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설문지를 나눠 작성하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소양을 체득할 수 있도록 민주·정치 분야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해 각급 학교에 생중계 시청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공문 발송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절차와 헌법기관의 기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하는 교육적 기회로 삼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졌다.

광주교육청은 탄핵심판 선고일을 민주시민교육의 한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개발·보급했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사 도움자료’를 다시 보급해 교사들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전남교육청도 가능한 많은 학생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시청하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 안내했으며, 조기 대선 상황에 대비해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선거교육 자료도 안내할 계획이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