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 만으로, 내란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 탄핵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특히 시민들은 그토록 바라던 파면이 이뤄지는 순간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고, 이제는 내란세력들의 반헌법적인 범죄 행위를 규명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 엄정히 단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180여 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지난 4일 오후 7시께 5·18민주광장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기념행사인 승리 기념 대회를 열었다. 대회는 1,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이제는 내란청산’, ‘이제는 사회대개혁’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시민들의 얼굴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헌재의 파면 선고까지 122일간의 고생이 한 순간에 내려간 듯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본행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옛 전남도청 방향을 바라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이후 탄핵 심판 선고의 순간이 스크린을 통해 재상영되자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승리대회에 참석한 박 모씨는 “헌재의 파면 선고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8대 0 탄핵 인용 결정은 당연한 결과이며, 이제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정치·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내란세력을 엄중히 처벌할 때”라고 말했다.
서구 주민 임 모씨는 “윤석열의 탄핵은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회복을 의미한다”며 “이번 탄핵을 통해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지 보여줬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12월 4일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5·18민주광장에서 이어왔다.
승리 대회에 앞서 같은 날 오전 11시께 5·18 민주광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헌재의 탄핵 선고를 생중계로 상영했고,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매주 토요일마다 열었던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국민들이 염원한대로 파면 선고가 이뤄져 승리 기념대회가 열리게 됐고, 광주비상행동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독재의 망령을 물리쳤다. 국민을 배신한 공권력에 대한 허무함과 불안, 불면의 밤을 이겨내고 쟁취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헌재는 이날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5개를 모두 인정했으며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대통령직 파면으로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잃으면서 공천 개입 등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각종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광주비상행동은 내란세력 척결 등 사회대개혁을 위한 과제와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7일 오후 2시께 광주비상행동 운영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8일 오후 2시 전체대표자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8일 오후 3시께 사회대개혁을 위한 ‘광주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윤 전 대통령의 석방으로 연기된 정당초청 국회토론회가 오는 9일 오후 2시 열린다.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은 정권 연장을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했다”며 “국가 수반으로서 책무를 망각하고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동조한 세력 또한 처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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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7시께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광주시민 승리보고대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