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역 변호사들이 진상규명에 핵심적인 단서가 될 ‘교신기록’ 정보공개청구에 나선다.

또한 민사상 증거보전절차를 신청하고 유가족이 요청하면 형사 고소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7일 오전 광주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다”며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조사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남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사고 책임자 한 명도 입건하지 못하고 내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은 블랙박스 기록을 통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사고 직전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유가족 일부에게만 교신기록 중 일부를 공개, 비밀 누설 서약서를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조위는 일부 유족에게 사고 전 4분 7초 동안의 교신기록을 공개했다.

이들은 “블랙박스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는 교신기록이다”며 “누설금지, 논평금지 서약까지 받아서 사실상 유족들의 공론화를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관련 법률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도 교신기록을 무조건 비공개하라고 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신기록은 사고 원인에 다가갈 수 있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의 필요성이 높으며, 진상규명과 유족의 알권리라는 공익적 요청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류충돌 의혹을 해소하려면 착륙시도를 한 시점인 사고 10분 전부터 공개해야 하고, 음성도 변조 등 절차를 거쳐 공개되는 것이 의혹 해소의 길이다”며 “블랙박스가 없는 상황에서 집단지성의 힘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상규명 없이는 제대로된 배상도 될 수 없고, 사고 재발방지책도 나올 수 없다”며 “변호사들은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연대하고,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유족들과 함께 싸워갈 것이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