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에서 마무리 보직으로 경험을 쌓다 보니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KIA 타이거즈 홍원빈(25)이 퓨처스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고 154㎞의 빠른 공으로 퓨처스 마운드를 점령,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홍원빈은 지난 23일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6-5로 앞선 7회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번째 세이브를 수확(7이닝 경기)했다. 이날 삼성 선두타자 차승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윤정빈을 1루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후속타자 김태훈을 병살로 유도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홍원빈은 입단 7년 차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1군 기록이 없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연봉 3,000만 원의 육성 선수임에도 자비를 털어 미국 훈련을 다녀왔다.

　미국에서 직구부터 슬라이더,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 구종을 점검하고 체계적인 피칭 루틴을 만들며 치열하게 훈련에 매진한 결과 성과가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와 연습경기에서 꾸준히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고, 퓨처스리그 개막과 동시에 마무리 보직을 맡아 올 시즌 퓨처스리그 13경기에 나서 12⅔이닝 3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 중이다.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이 끝난 뒤 만난 홍원빈은 “클로저는 처음이지만 긴장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예전엔 시합 전마다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준비한 대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퓨처스에서 마무리라는 보직을 맡겨주셔서 시간을 활용해 몸을 만들 수 있게 해줬다. 그 시간이 불안함을 자신감으로 바꿔줬다”고 이야기했다.

　홍원빈은 특히 주자 상황에 따른 투구 리듬에서 발전을 체감한다고 이야기했다. “예전엔 주자가 있을 때랑 없을 때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는 ‘시합에서 이기자’는 멘탈을 갖고 올라가니까, 자연스럽게 제구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195㎝의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빠른 공이 위압인 홍원빈은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꼽았다. 그는 “전력분석팀과 코치진의 조언에 따라 너무 많은 팔 회전보다 빠른 공 위주로 스타일을 바꿨다”며 “친구인 NC 장창훈에게서 위압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홍원빈은 5월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하다.

　그는 “주변에서 5월이 되면 올라갈 준비하라는 장난을 한다. 올해는 꼭 1군 데뷔를 하고 싶다. 수비와 제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