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군부대·교도소·소방본부 등 기관을 사칭한 ‘노쇼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특별경보를 발령, 경기 불황 속 민생침해사범에 대해 엄중히 대응키로 했다.

2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20일까지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노쇼 피해 사건은 38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31건은 4월에 발생했으며, 지난 11일부터 13일 주말 사이에는 무려 15건에 달했다.

사기범들은 군부대 간부, 교도소 직원, 소방공무원을 사칭하며 도시락 포장이나 음식을 대량 주문한 뒤, 위조된 공문서와 공무원증을 보내주며 전투식량이나 방탄조끼, 응급키트 등의 물품 대리구매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적게는 360만원에서 많게는 6,600만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 잠적했다.

실제로 광주교도소 소속 A 교위를 사칭한 사기범은 최근 250만원 상당의 천막 7동을 구입하고 싶다고 지역의 한 천막 업체에 요청, 본인 증명을 위해 위조명함과 위조물품구매 공문서를 문자로 전달했다. 다행히 천막 업체가 A 교위의 광주교도소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노쇼 사기 범행임을 확인해 피해를 예방했다.

지난 23일 광주의 한 음식점에서는 광주소방안전본부를 사칭한 사기업체가 소방훈련 관련 장어를 사전에 주문하고, 위조된 공문서와 함께 응급의료키트 대리 구매도 요청했다. 해당 업체가 요구받은 주문은 장어 20㎏ 물량으로 약 14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음식점 관계자가 북부소방서 건국119안전센터에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실제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B씨도 하마터면 노쇼 사기에 당할 뻔 했다.

당시 신원 미상 남성은 자신을 한미연합군사령부 소속 대위라고 소개했고, 부대원과 가게로 가겠다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방문 일시를 전했다.

예약된 음식 주문량은 170여만원에 달했고, 예약시간이 다가오자 신원 미상의 남성은 “부대에 사정이 생겨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이 소개해주는 경기 소재 유통업체를 이용해 음식을 보내달라는 궤변을 늘여놨다.

유통업체를 이용하려면 수십만원 상당 배송료를 내야 하는데, 음식을 받으면 음식값과 함께 지불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B씨는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자신이 최근 성행하는 노쇼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상적인 납품(유통)업체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럴싸하게 만든 허위 명함을 보내는 것은 물론, 사업자등록증과 거래명세서 등의 서류마저 위조해 피해자를 속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처럼 군 간부 등을 사칭한 노쇼나 대리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가 잇따르자 경찰은 특별 경보를 발령하고 동일수법으로 확인된 사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 사건 접수 즉시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광주 서부경찰서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해 범인을 추적 중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노쇼 사기범죄의 경우에는 대포폰·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피해 예방이 중요하다”며 “가족·친지·친구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 중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해 사례가 있음을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량·단체 주문 전화를 받은 때에는 선결제 및 예약금을 요구하거나 해당 기관의 공식 전화번호로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며 “단체주문 후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100% 사기이므로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면 즉시 112에 신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