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하도록 허용하면서 대학들의 재정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휴학 승인 시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반환하거나 복학 후 이월해야 하는 등록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내년 학기부터 수업 정상화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전국 10개 국립대(법인)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개 국립대(법인)는 의대생 휴학 승인으로 총 170억 1,965만원의 등록금 수입을 반환하거나 이월할 예정이다.

각 대학 학칙에 따르면 등록한 학생의 휴학을 승인할 경우 이미 납부된 등록금은 다시 돌려주거나 복학 학기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

등록금 수입을 당장 뱉어내야 하거나 올해 쓰지 못한 채 의대생이 복학하는 내년 이후로 넘겨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제외하면 대다수 대학은 아직 휴학계를 수리하지 않았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며, 지역 사립대인 조선대는 전국 의대의 휴학 승인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현재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전남대 의대생은 651명, 조선대 의대생은 540여명이다.

의대생 휴학 승인 시 전남대는 24억 7,163만원의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반환하거나 다음 학기로 이월해야 한다.

서울대의 경우 의대생 휴학 승인으로 34억 4,342만원의 등록금을 이월하게 됐고, 반환되는 등록금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가 정확한 휴학 인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달 30일 약 780명의 휴학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대학별 이월 또는 반환 예정 등록금은 △경북대(휴학 승인 예정 인원 639명) 21억 2,132만원 △강원대(255명) 11억 6,140만원 △경상국립대(421명) 14억 4,587만원 △부산대(672명) 18억 3,547만원 △전북대(734명) 28억 1,840만원 △제주대(214명) 5억3,222만원 △충북대(275명) 7억 9,901만원 △충남대(618명) 3억 9,091만원이다

대학들의 주요 수입원이 등록금이고 그중에서도 의대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생 대규모 휴학 승인으로 각 대학은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그나마 정부로부터 인건비 등을 보조받는 국립대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의원은 “대학은 통상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 규모를 고려해 한 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대규모 휴학에 따른 등록금 반환 또는 이월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서 충분하지 못한 재정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무리한 의료 개혁 추진에 따른 후폭풍의 결과는 앞으로도 속속 확인될 것”이라며 “교육부와 각 대학이 재정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