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새해부터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호텔관광학과)의 자동차 대륙여행기 ‘관광대국 튀르키예를 탐하다’를 매주 목요일자 25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성후 교수는 본지에 노르웨이 최북단에서부터 스페인까지 자동차여행과 북해·발트해 크루즈여행,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이탈리아 여행을 ‘자동차로 유럽여행’이란 테마로 연재한 바 있다.

파묵칼레 노천 백색온천지구 일부. 배경의 산 정상에 보이는 하얀색은 석회암지대다.

터키는 코로나 전(2019년)에 5,000만 명이 넘는 세계 6위(통계에 따라선 4위)의 관광대국이었다. 지금도 그 지위는 여전하다. 오히려 그 등급이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터키의 관광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 엄청난 관광자원을 가진 터키는 더욱더 문화관광의 지위를 굳혀갈 것이다.

터키항공은 지난달 칠레의 산티아고까지 취항하면서 취항국가 수는 전세계에 131개로 확대됐고 100개국이 안 되는 2위인 에어프랑스조차 압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에 시드니까지 직항로를 개설하면서 세계 최장 항공노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터키직항로를 보유중인데 터키항공은 인천은 물론이고 부산과 대구까지 직항로개설을 추진중이어서 얼마나 공격적인지 알 수 있다. 그 배경에는 관광대국으로서 그만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유럽 전체가 관광천국인데다 관광대국도 여럿이라 10대 관광국에 미국, 중국, 멕시코만 들어갈 뿐이다. 반은 유럽에 속한 관광대국 터키는 어떤 특성인지 자못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지형이 다양한 유럽을 두루 둘러본 관광학 전공인 필자에게 터키의 관광잠재력은 늘 큰 호기심이었다.

갈라타 탑에서 조망한 이스탄불 구시가지.

◇꿈을 이룬 터키의 자동차여행

그래서 고대하던 터키 자동차여행을 더 이상 연기하지 않고 작년 여름 결행했다. 이번엔 차 한 대로 일행을 조직했다. 터키여행은 그리스와 터키를 묶은 동유럽여행이나, 성지순례여행으로 한국인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다.

당시 터키 주변의 국제정세가 불안해 터키여행마저 다소 여행심리를 떨어뜨리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에도 터키여행은 서쪽지역을 빼고는 전쟁과 내전으로 여행자제를 권고받는 중이었다.

인천공항발 이스탄불행 대한항공 비행기는 대형기인데도 완전 만석이었다. 소수의 터키인 외에는 모두 터키를 찾는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이를 반영하듯 이스탄불공항 복도에는 환영한다는 내용의 한글 광고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배려하는 터키는 다 이유가 있을 터. 한국인들이 팬데믹 이후의 관광회복기에 터키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보스포러스 해협 건너편의 아시아쪽 이스탄불 스카이라인. 탁심지구에 크루즈선이 3척이나 정박중이다.

◇8,000km 대장정, 새처럼 날아간 12시간의 파노라마

필자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광주에서 버스로 네 시간 반 걸려 인천공항2터미널에 도착했다. 6월 22일 오후 2시 50분발 비행기는 12시간이 소요되어 일몰 직전인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30분경에 이스탄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필자는 비행기 왼쪽 좌석 창가에 앉아 모두들 커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데도 비행중 내내 아시아대륙의 광활함을 직접 눈아래로 조망하면서 새삼스레 절절히 실감했다. 항로는 장거리노선으로서 중국서부를 지날 때 지형이 단순해 풍력발전기 등 지상의 큰 구조물을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산동반도의 끝자락 웨이하이 등을 거친 후 산서성을 지날 때부터는 반건조지역과 사막지역이 교차했다. 그 드넓은 중국대륙의 황무지에는 온통 태양광과 풍력발전기가 대륙차원에서 도배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수심이 얕은 중국 발해만에도 풍력발전기가 빼곡해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된다는데 중국의 저력이 절로 무섭게 다가왔다. 그뿐 아니라 서부내륙지역의 사막을 관개한 곳은 기하학적 녹색 무늬를 자랑하는 엄청난 경작지도 넘쳐나서 중국국력을 상징하는 듯했다.

우루무치 직전의 고봉 설산을 내려다 본 후 장대한 천산산맥, 거대한 발하슈 호수, 말라가는 아랄해, 내륙해양인 카스피해, 조지아 일대의 고산준령 카프카스산맥(일명 코카서스산맥)의 설봉 행렬을 거쳐 흑해에 들어섰다. 서쪽으로 서쪽으로만 하루종일 내달린 꼴이다. 터키와 한국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유럽대륙의 동쪽 끝자락에 매달린 이스탄불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활주로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석양이 활주로를 붉게 물들이고 긴 그림자를 남길 때 절로 찾아왔다. 그리고 황혼이 지는 서쪽 하늘을 흘끔 일별할 때도 여행자의 가슴은 잔잔히 뛰었다.

15일간의 터키 자동차 여행 코스.

◇터키의 3대 관광지

필자는 세계관광지리를 교단에서 가르쳐서 터키의 교과서적인 관광현상은 잘 알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실감하는 여행의 의미와 묘미는 아주 달랐다. 터키관광의 백미는 비잔틴제국의 유산인 이스탄불, 석회암 노천온천지의 파묵칼레, 열기구와 괴이한 지형의 카파도키아가 트리오를 이룬다. 이 셋이면 터키관광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식은 전세계 모든 관광객들에게 통한다.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여러 성서의 도시들이다. 따라서 필자는 앞으로 25회에 걸쳐 터키여행을 이스탄불,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순서대로 펼쳐 나가되 그 중간중간에 발길이 닿은 관광지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