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코앞인데, 밀린 월급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22일 광주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박모씨(48)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3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회사에서는 건설경기 불황에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언제 돈을 줄지 기약도 없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35)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걱정인데, 아이들 세뱃돈은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이다”며 “하루 빨리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돼 모든 노동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김모씨(56)는 “노조원의 임금체불을 제외하고 비 노조원들의 임금 1억 8,000여만원이 체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생명줄과 같다. 회사는 빠르게 임금체불을 청산하고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전남 곳곳에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명절을 앞두고 임금체불 집중 단속과 청산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사업장에서는 임금체불 문제가 여전해 강도 높은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2024년 9~12월) 광주·전남에서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3,1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1건)과 비교해 12.5%(393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불임금은 311억으로 전년 동기간(251억원) 대비 23.6%(60억원) 늘었다.

반면 체불임금 청산 규모는 157억원에서 108억원으로 31.2%(4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발표한 ‘2025년 설 연휴 건설기계 체불임금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지역 27개 공사 현장에서 12억 3,135만 8,746원이 체불된 상황이다.

지역별로 전남의 경우 27개 공사현장 12억 3,153만 8,746원이 체불됐고, 광주에서는 3개 공사현장에서 3,768만 5,000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광주노동청은 체불 규모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역 건설업·제조업 불황을 꼽았다.

실제로 광주지역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지난해 62건에 달했고, 전년 대비 51%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광주지역 건설수주액은 1,18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9%(2,020억원) 감소했다.

2022년 말부터 이어져 온 대유위니아그룹 임금 체불 문제도 해결되지 않으면서 임금 체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대유위니아그룹 가전 3사(위니아전자·㈜위니아·위니아전자매뉴팩쳐링) 체불임금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196억6,200만원(2,087명)에 이른다. 이중 청산된 체불임금은 226억3,400만원으로, 총 체불액의 18.9%에 불과했다.

지역의 한 노무사는 “최근 건설업 불황으로 지역 임금 체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들의 지불 능력이 떨어지면서 사측의 임금 체불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악덕 업체의 임금 체불을 재발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데, 현재 법적으로 마련된 규정이나 제한적인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며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임금 지급 책임을 반복적으로 회피하고 도주하는 체불 사업주는 아무리 소액이라도 끝까지 추격하겠다”며 “체불로 힘들어하는 근로자를 위해 근로감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