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영세 중소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국가기술자격증 불법 대여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자격자가 아닌 비자격자가 공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부실공사나 안전사고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근절 대책이 절실하다.

2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한 혐의(건설기술 진흥법 위반)로 50대 여성 브로커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토목건축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복사본을 광주·전남 지역 90여개 건설사에 건네고, 건당 100만원에서 300만원 이상의 알선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건설사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자격증 대여 기술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기는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수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게 자격증을 불법으로 넘겨준 기술자들과 불법 자격증을 사용한 건설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지회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들이 전문기술인 고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인줄 알면서도 자격증만을 대여해 건설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기술인들의 건설현장 기피현상도 업체들의 기술자격증 불법 대여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업계는 크게 항변하고 있다.

광주시지회 관계자는 “내국인의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자격증은 없지만 저비용에 넘쳐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자격증 불법 대여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건설 현장의 인력난 해소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윤리 의식 함양과 외국인 노동자 취업 규제 완화 등 건설업 인력 수급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