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ive myself라는 영어 표현은 '거짓말하다'의 뜻이다. '자기 스스로 속인다'라는 표현이며 같은 의미의 mislead(잘못된 길로 인도하다, 거짓말하다의 뜻)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Pseudologia Fantastica 병적 거짓말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단순히 진실을 왜곡하는 행동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심리적 상태를 말하며, 이 현상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연구한 결과, 병적 거짓말은 주로 자아 방어, 내면적 불안, 그리고 자아존중감 결여와 연관되며, 다양한 심리적 기제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된다.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이나 내면적인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며 병적 거짓말은 감정적 충격이나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의식적인 기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플리증후군 역시 자기가 만들어내거나 상상한 것이 실제라고 믿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이런 의미에서 리플리증후군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심의가 생방송 송출되어 전 국민이 지켜볼 수 있는 상황으로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에 대해 윤석열 스스로 대답하는 것을 전 국민이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 상황에 이 글을 읽는 독자 스스로 대입하여 상상해보자.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고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더 나아가 전 국민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기분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심하게 긴장이 되고 위축이 될 것이며 뭔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 큰일이 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자신의 진술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신중을 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윤석열의 답변들을 보면서 신중함과 진솔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일관되게 남 탓을 하고 있었고, 자신이 한 진술에 대해서도 행위의 주체가 없고 주어가 없는 말을 하는 등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자신이 계엄을 한 것이 나라가 편향되어서 그랬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등의 흉악한 행동을 지시한 진술이 여러 명을 통하여 확보되었지만, 그때 그곳에 있지도 않은 요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하며, 선언은 하였지만, 종국에는 계엄이 무효로 되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책임감이 없는 리더의 모습인지 깊은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느낌으로 윤석열을 보실까? 자기가 저지른 짓을 말똥구리 소똥 굴리듯 다른 사람들에게 떠미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참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감당해야 할, 예상되는 죗값 앞에 처절한 책임회피가 애처롭기까지 아니할까!

상식적으로 대한민국 수준에서 요구되는 리더란, 모름지기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 부하들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하고 덮어주고 감싸주며,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점을 더욱 발전시킬지, 어떤 실수를 하였는지 살펴보고 고통스러우리만큼 각고의 노력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리더는 책임감 뿐만 아니라 문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임엔 틀림없다.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자신이 리더로써 이런 행동이나 생각을 선택하고 하였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이 있고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엄 상황을 보면서 윤석열에게 '상황파악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그의 진술에서 확인하는 중이다. 또 자신을 스스로 속고 속이는 '거짓말 deceive himself'로써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우리를 모두 잘못된 길로 인도하려는(mislead; 뜻: 거짓말) 상태 역시 보고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그는 스스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