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각 구단의 성적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전제로 한다. 아무리 국내 선수들이 선전해도 외국인 선수의 경기력이 뒷받침 되지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V13’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는 비시즌 네일을 제외하고 투·타에서 외국인 교체카드를 쓰는 초강수를 뒀는데 이들이 팀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직 메이저리거 올러와 위즈덤이 투·타에서 나란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투수 올러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면서 첫승을 따냈고 타자 위즈덤은 홈런으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88홈런 거포 타이틀을 증명했다.

올러는 지난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이날 1회 초 3실점을 하며 흔들리긴 했지만 이후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피칭을 거듭했다.

5회 피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송성문-푸이그-이주형으로 이어지는 키움 테이블세터진을 땅볼로 돌려세웠다. 6회에도 단 12개의 공으로 키움 타선을 틀어막은 올러는 화끈한 타선의 지원 속 팀이 10-4로 앞선 7회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 KBO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올러는 최고 구속 155㎞를 기록한 직구(33개)를 바탕으로 주 무기인 슬러브(16개), 슬라이더(14개), 체인지업(12개), 커브(7개), 커터(6개)를 섞어던졌다.

올러는 “1회에는 약간 흔들렸지만, 2회부터 마운드에 적응하며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고, 직구나 변화구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모든 타자의 도움을 받아 6회까지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수와의 호흡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러는 “첫 경기인만큼 김태군에게 많은 의지를 했는데 잘 맞았던 것 같다. 다음 등판에서도 오늘 좋았던 투구 내용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BO 데뷔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어 영광이고, 앞으로 팬들에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선수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줘서 신기했고 첫 경기부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KIA 올러가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키움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승을 거둔뒤 관중석의 팬들에게 하트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IA 제공

이날 2번 타자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위즈덤도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위즈덤은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시리즈에서 4번타자로 나섰으나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볼넷 3개를 얻은 점은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이날 2번으로 올라온 위즈덤의 방망이가 드디어 불을 뿜었다.

앞서 땅볼과 뜬공으로 물러선 위즈덤은 세번째 타석인 4회말 2사 2루에서 상대 4구째 144㎞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면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기세를 탄 위즈덤은 5번째 타석인 7회 말 1사 1,3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이날 3경기 만에 무안타 침묵에서 벗어난 위즈덤은 부담감마저 떨쳤다. 위즈덤은 “스스로 많이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 홈런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숨이 트인다”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한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투수가 높은 직구를 던진 것 같은데 상당히 좋은 공이었고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위즈덤은 신인 박재현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위즈덤은 “박재현이 타이밍 잘 맞게 타격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고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KBO리그 투수들이 정말 많은 구종을 던져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 부분을 알았으니 이제 멀리 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부담감 느낄 건 다 느꼈다. 이제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