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무등산 평두메습지’가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786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할 정도로 경관·생태학적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데다 ‘자연의 콩팥’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자정작용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습지의 경우 숲보다 5배, 바다보다 50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정도로 탄소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지구온난화로 심화하는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북구는 평두메습지의 효율적 보전과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며 자연 친화적 생태도시 조성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무등산 평두메습지

● 다양한 생물 서식처

무등산 자락의 평두메습지(북구 화암동 530번지)는 해발고도 240m에 형성된 2만 2,600㎡ 면적의 산지형 습지로, 농사를 짓지 않는 논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묵논습지라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낙지다리, 개대황 등 희귀식물과 소쩍새, 솔부엉이와 같은 천연기념물까지 총 786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과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삵, 담비, 수달, 팔색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살고 있으며 큰산개구리, 참개구리, 도룡뇽 등 다양한 양서류가 집단으로 번식하는 주요 서식지로서 지난 2020년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북구는 생태계 보고로서 다양한 생물의 중요한 서식처 역할을 하는 평두메습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4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공동으로 람사르습지 등록에 착수했다.

이후 주민 설명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심사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했고, 올해 2월 환경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람사르습지 등록 요청 서한이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정식 제출됐다.

북구는 이에 발맞춰 지난 4월까지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 운영’, ‘평두메습지 효율적 보전·이용에 대한 업무 협약 체결’ 등을 추진하며 평두메습지 보전 가치에 대한 지역 공감대를 확산해 나갔다.

평두메습지는 북구의 적극적인 노력을 토대로 람사르협약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 지난달 13일 광주지역 최초 람사르습지로 공식 인정받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7년 첫 번째 람사르습지 등록 이후 총 26곳의 람사르습지 보유국이 됐다.



● 람사르습지 등록 이점

람사르습지는 지형·지질학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이거나 생물 서식처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국제적으로 보전이 필요하다고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인정하는 곳이다.

람사르협회는 지난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된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중요성을 인정받은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습지’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협약에 가입한 총 172개국 중 101번째로 가입했으며, 평두메습지를 비롯해 전국 26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다.

평두메습지는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를 인정받게 된 만큼 지역 보호·관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의무가 강화돼 환경오염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며,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 협력을 통한 경험 공유, 기술 전이, 자원 공유 등으로 효과적인 보전 및 관리 방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에 참여한 아이들이 평두메습지에서 습지 체험을 하고 있다.

● 보전 활용 방안

북구는 올해 4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빛고을하천네트워크,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5개 기관·단체와 평두메습지의 효율적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쳐 나가고 있다.

지난 8일 무등산국립공원 원효 광장에서는 평두메습지 람사르습지 등록 축하행사를 개최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기념식 후에는 원효 광장부터 바람재까지 2.4㎞ 구간을 등반하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토끼등과 장불재에는 포토존을 설치해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선사했다.

북구는 많은 사람이 평두메습지 보전 의식을 증진하며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형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평두메습지는 도심 속 생태의 보고로 생태·환경교육의 최고의 장소인 만큼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운영한 ‘어린이 습지 탐사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며, 올 하반기부터는 유아는 물론 청소년, 성인까지 생태교육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무등산 일대에서는 가족과 함께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을 배우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우리 가족 사계절 숲 이야기’ 특별 프로그램을 올 연말까지 운영한다.

북구는 또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협업해 추진하는 야영장·전망대·생태 체험 길 조성 등 총 270억원 규모의 ‘무등산 탐방 기반 시설 사업’도 본격 지원할 방침이다.

‘람사르습지 등록 기원 탐사대’에 참여한 아이들이 평두메습지에서 습지 체험을 하고 있다.

오는 202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4수원지와 청풍쉼터를 잇는 생태숲 체험길을 조성할 계획이며, 충민사 인근에는 약 1만 5,000평 규모의 생태숲 야영장을 오는 2027년 12월 준공해 개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평두메 습지 보전·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환경단체와 함께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타 지역의 관리 사례를 비교·분석해보고, 보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북구는 평두메습지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복원 작업도 수행한다.

평두메습지 인근 농지 등 사유지를 매입한 뒤 특별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해 습지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자원숲 복원사업의 지속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북구 관계자는 “평두메습지는 야생화, 개구리알, 올챙이, 개구리까지 관찰이 가능한 ‘살아있는 생태박물관’으로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며 “올 하반기에는 탐사대 운영과 함께 더욱 다양한 평두메습지 보전 시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