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대표하는 저항시인 조태일(1941~1999). 불의에 맞서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시인이자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보여준 죽형 조태일 시인이 25주기를 맞았다. 조태일 시인은 등단 시절부터 현실의식이 강한 시를 써 왔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노래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저항을 담았다. 그의 강인한 문학정신을 잇는 추모행사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축전

제6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 및 2024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오는 19일 오후 3시 곡성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조태일 시인의 25주기를 맞아 곡성군과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리는 행사는 ‘고여 있는 시, 움직이는 시’를 주제로 열린다.

행사는 석곡지역아동센터 어린이로 구성된 꿈키움드림오케스트라의 여는 공연을 시작으로 시 낭송, 공연, 시화전 등 다채롭게 마련된다.

가수 겸 작곡가 서혁신은 조태일의 시 노래를 들려준다. 광주시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이형기는 대중에게 익숙한 곡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류경, 박두규, 정원도, 한종근 시인의 시 낭송도 마련된다. 정원도 시인은 조태일 시인의 시 ‘국토’ 연작시 48편에서 일부를 뽑아 재구성 한 ‘매시업 국토’를 낭송한다.

정원도 시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어보는 메시업 작품을 조태일 선생님의 대표 시집에 적용해 보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죽형 조태일 시인 25주기 추모 시화전도 열린다. 조태일 시인 대표 시와 조태일문학상 수상 시인을 비롯해 치열하게 시대정신을 담아냈던 조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전국 시인들의 시 50여 편이 전시된다. 주최측은 참석자 교통 편의를 위해 행사 당일인 오후 1시 15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설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운행한다. 문의 광주전남작가회의 062-523-7830.



●조태일 문학상…박석준 시인 선정

제6회 조태일문학상에는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푸른사상 간)를 쓴 박석준 시인에게 주어진다.

심사위원회는 “언어의 조탁에 의존하지 않는 산만한 시적 형식들을 두고 우리는 이 시대가 낳은 ‘비(非) 실존적 실존’의 형식이 아닌지 토의하기도 했다. 음울한 세계를 담는 음울한 가락, 한껏 늘어져 있는 이 거친 어조들을 밀고 가는 정직한 슬픔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감옥 속에서 사는 우리를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절망의 힘이니, 시가 가진 책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총상금 2000만 원,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 ‘국토서시’를 새긴 정병례 전각가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시상한다.

박석준 시인은 “병상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가슴속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것들이 흐르는 기분이 가득했다.나의 시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신 문병란 시인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박석준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 자서전 ‘내 시절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 시집 ‘카페, 가난한 비’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를 발간했다



●‘시인’지 복간 등 추모사업 활발

조태일 시인 25주기를 다양한 사업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이기도 한 가거도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추모 기행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섬’이 성황리에 끝난다. 조태일 시인 25주기를 맞아 통권 42호로 명맥을 잇게 됐다.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조태일 25주기를 맞아 최근 조태일 시인이 주간으로 활동했던 ‘시인’지를 복간했다. 조태일 시인은 시인지를 통해 김지하, 김준태, 양성우 등 저항 시인을 발굴하며 한국 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69년 8월 월간지로 창간한 ‘시인’지는 1970년 11월까지 16호를 끝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이후 1983년 5월 무크지 형태로 복간돼 1986년 8월까지 4권을 발행했다 제작이 멈췄다. 이후 2003년 9월 ‘시인’지로 등단한 이도윤 시인이 재복간해 21권을 냈으나 2019년 9월 다시 중단됐다.

이번호에는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를 조명하는 특집을 비롯해 '시인'지로 등단한 박남준, 양성우 등 여덟 명의 신작 시와 '시인'지의 발간 의의와 문단사적 위치를 살펴본 엄동섭 근대서지학자의 글과, 김남주 시인 30주기, 한국작가회의 50주년 심포지엄, 신경림 시인 추모 특집 등 한국 문단의 뜨거운 이슈를 담았다. 광주·전남 시의 오늘을 젊은 시각으로 살펴본 좌담과 조태일문학상 수상자 조명, 김주대, 장석남, 차창룡 등 시인들의 신작 시도 실었다.

추모 시집 ‘어떤 바람이 감히 이 사랑을’도 발간했다. 조태일 시인의 대표 시와 가거도 기행 시, 조태일 시인 추모 시, 생전에 조태일 시인이 몸담았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출신인 이은규, 이창수, 하린 시인 등 제자들의 시를 담아 조태일 시인을 기렸다.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 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