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끝자락 광주·전남이 크나큰 슬픔에 잠겼다.

전 세계를 뒤흔든 무안국제공항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희생자 대다수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확인되면서 아픔이 몇 곱절 배가 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애끓는 유가족들의 절규에 한마음으로 위로를 전하고 있고, 빠른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염원하고 있다.

30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숨진 승객 175명을 거주지 기준으로 분류하면 광주 81명, 전남 76명, 전북 6명, 경기 4명, 서울 3명, 제주 2명, 경남·충남·태국 각 1명이었다. 국적별로 태국인이 2명이지만, 이 가운데 1명은 주소를 나주에 두고 있어 거주지 기준 전남도민으로 분류됐다.

전남도민 희생자 76명의 도내 시·군별 거주지는 목포 14명, 화순 13명, 순천 8명, 무안·장흥 각 5명 등이었다. 영광지역 희생자 4명은 모두 팔순 잔치를 위해 여행길에 올랐던 일가족 9명에 포함됐다.

사고기에 탑승한 총인원은 조종사 2명, 객실 승무원 4명 등 승무원 6명을 합쳐 모두 181명이었다. 수색 초기 꼬리 쪽 기체에서 구조된 객실 승무원 2명을 뺀 179명이 숨졌다.

승객 175명 전원과 승무원 4명 등 희생자의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신원 확인 절차는 사고 이틀째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당국은 가족과 유전자 정보(DNA)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사이 제주항공 여객기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무안공항으로 달려온 탑승객 가족들은 사고 이틀째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여동생의 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었고, 누군가는 아내와 동서들이 함께 태국 여행을 갔다가 모두 참사의 피해자가 됐다.

아내이자 어머니를 잃은 남편과 아들은 애써 눈물을 참았고, 딸과 사위를 잃은 아버지는 가족대화방에서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눈을 떼지 못했다. 조카를, 손녀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유족들의 흐느낌과 울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차가운 주검이나마 다시 품에 안고 떠나려고 하는 유족들의 절규는 지금도 무안공항을 뒤덮고 있고, 광주·전남 시도민들도 그 잔혹한 시간을 함께 버티고 있다.

무안공항에 자원봉사를 나온 조민지씨(35)는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에 힘겨워할 이들을 위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찾아왔다”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하루라도 빨리 힘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역민들은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웃, 지인들의 비보를 삼키고 있고, 무안종합스포츠파크와 광주 5·18민주광장, 전남도청 등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도 희생자들을 기리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애도문을 통해 “국가적 비상 시국으로 어려운 시기, 갑작스러운 여객기 사고로 온 나라가 더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며 “신속한 사고 수습과 신원 확인, 장례절차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내년 1월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애도 기간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들은 애도 리본을 패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