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7년 만에 등판한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에서 국내투수 최고령 KS 선발승 기록이라는 값진 이정표를 세웠다. 양현종은 2000년 11월 3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 조계현이 세운 국내 투수 최고령 선발승 기록(36세6개월2일)을 36세7개월22일로 갈아치웠다.

양현종은 지난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양현종이 마운드에서 버틴 사이, 타선이 폭발한 KIA는 KS 1차전(5-1 역전승)에 이어 2차전에서도 삼성을 8-3으로 제압하며 V12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2017년 두산과의 KS 2차전에서 9이닝 완투승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양현종은 2,554일만에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양현종은 상금 100만원을 획득했다.

양현종은 “이겨서 좋다. 좋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야수들이 초반에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다. 볼 배합을 바꿔 공격적으로 들어간 게 주효했다. 타선이 초반에 넉넉한 점수를 내준 덕에 이겼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지만 불펜 투수들이 이후 잘 막아줘 2연승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양현종은 1회 선두 타자 김지찬부터 2회 마지막 타자 이재현 까지 9타자를 상대로 직구 17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투구 수 86개 가운데 스트라이크 56개를 던질 정도로 자신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양현종은 “1회초 김지찬이 초구에 방망이 나오는 것 보고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봤다. 피할 생각은 없었다”며 “오늘 몸을 풀때 힘이 좋았다. 직구 위주로 던지면 장타를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삼성 타선에 맞춰 공격적으로 던져서 4회까지 효율적으로 끌고갈 수 있었다. 초반 위기도 있었고 잔루도 많았지만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내 컨디션에 따라 시리즈 흐름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자신 있게 던지면 유리한 경기로 갈 거라 봤다. 긴장하거나 컨디션 제구가 떨어지면 난타전으로 갈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다”며 ”고 말했다.

국내투수 최고령 KS 선발승 투수가 된 점에 대해서는 “내 몸은 아직 27세 같다. 최고령이란 단어는 (최)형우 형에게만 붙는 거라 생각했다. 최고령이라는 단어가 나한테 붙었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며 고 “난 앞으로 더 야구를 하고 싶고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 이런 기록은 다른 형들이 빨리 깨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2연승으로 우승확률 90%를 확보한 KIA지만 양현종은 또다시 삼성과의 승부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네일이 4차전에 나가면 나도 5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빨리 잡을 수 있는 경기는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