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출신 김옥애 동화작가가 신간 그림동화 ‘아라온호와 함께’를 출간했다. 거친 바다를 헤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긴 여행을 통해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그려냈다.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을 소재로 한 김 작가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착희 화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많은 공감을 자아내는 의인동화다.

강에서 태어난 연어는 바다로 나갔다가 3~4년 후 산란기가 되면 모천으로 회귀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흔한 소재지만 이를 원소스로 해서 ‘별이’라는 연어의 캐릭터를 창조해 의미 있는 한 편의 그림동화가 탄생됐다.

김옥애 작가는 먼 북태평양의 알래스카 연안에서 생활하던 연어 별이가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긴 여정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별이는 여행 도중 무리에서 떨어져 길을 잃지만 홀로 고난을 헤치고 슬기롭게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별이의 여행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책 곳곳에 배어 있는 환경 생태의식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 모티프다. 별이가 무리에서 떨어지게 된 이유는 폐그물에 지느러미가 걸려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되면서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중에서 폐그물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별이가 겪은 것처럼 수많은 해양생물을 폐사시키는 주범으로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 곳곳에서 썩어가고 있는 쓰레기 섬은 종종 뉴스가 되곤 한다. 이 책에서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잘못 알고 삼킨 연어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작가는 생태환경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슈화하지 않지만, 서사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단면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지구 환경문제 중 극지방의 빙하 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큰 걱정거리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계속 녹고 있는 장면은 이 동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알래스카 지역 인근 북태평양의 빙하는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있고, 이에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현실도 실감이 난다. 그래서 별이는 북극곰의 집이 무사하길 기원한다.

북극곰과 별이는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주지만, 북극곰은 연어 사냥으로 배를 채우는 천적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곰이 별이를 가엽게 여기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며 응원하는 것은 바로 환경 생태문제의 피해자이자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북극곰과 연어 별이가 상대의 무사함을 빌며 서로 응원하는 평화로운 관계 설정은 동화적 특성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들의 공감과 연대를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북극곰이 한국으로 귀환하는 쇄빙선 아라온호에 대한 정보를 별이에게 알려주며 무사히 돌아가길 염원하는 행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교육대학교와 호남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마친 김옥애 작가는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동화집 ‘흰민들레 소식’, ‘봉놋방 손님의 선물’, ‘경무대로 간 해수’ 등 동시집 ‘내 옆에 있는 말’, ‘일년에 한 번은’, ‘하늘’, ‘숨어 있는 것들’등이 있다. 동시 ‘잠꼬대’가 초등학교 교과서(2-2)에 수록됐으며, 한국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