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평범한 고등학생 스즈메와 가문 대대로 재난을 봉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소타가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으러 다닌다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에서 재난은 문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문을 닫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문을 통해 재난이 나온다는 내용은 실제로도 재난이 언제 어디서든 예측할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닫지 못한 문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나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이 재난의 이름은 ‘지진’이다.

지진은 지구 내부에 급격한 지각 변동이 생겨 그 충격으로 발생한 지진파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표면은 10~12개 판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판들은 1년에 수십㎝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고 부딪치거나 쪼개지면서 판 내부에 힘이 축적된다. 이러한 힘이 지각에 가해지고 탄성한계를 넘어서면 약한 부분이 순간적으로 파괴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의 크기는 규모와 진도로 나타낸다. 규모는 지진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에너지의 크기로, 진도는 땅의 흔들림의 크기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어린 시절 닫히지 못한 문밖으로 나온 재난으로 엄마를 잃었다. 당시 주인공이 겪은 지진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모티프다. 일본 열도에 큰 피해를 준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1 지진으로 1900년대 이후 전 세계에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지진은 우리나라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당시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됐고 최대 계기 진도는 Ⅵ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2017년과 2021년에 각각 규모 5.4의 포항지진, 규모 4.9 서귀포해역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반도 및 주변 해역에서 규모 2.0 이상 국내 지진이 87회 발생했으며 이 중 최대 규모 지진은 6월 12일 발생한 규모 4.8의 부안지진이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에 따라 국민은 지진의 위험성을 체감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시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70개 지진관측소를 포함해 전국 491개 지진관측소를 국가지진관측망으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이를 기반으로 재난 문자를 송출해 국민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지진재난 문자 송출 대상 지역을 기존 규모 기준 광역시·도 단위에서 진도에 따른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해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고 정보는 상세하게 제공되도록 개선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진 정보를 전달해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문을 닫아서 지진을 막는 일은 말 그대로 영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상상력 가득한 이 영화는 지진의 위험성과 지진이 남기는 상처,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다. 현실에서 지진 발생을 예측하거나 차단할 수 없지만, 지진을 신속히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가능하다. 지진 조기경보와 같은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국민 모두 지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두고 생활한다면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