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박치호 작가의 개인전 ‘붉은 몸, 붉은 바다’가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다. 박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이면서 광주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기념비적 모습으로 상징화한 거대한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물들의 거대한 크기는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의 숭고함의 크기로, 더 폭넓게 인간에 대해 성찰해 간 작가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된 13점의 작품 중 10점이 신작이다.
박치호 작가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까지 삶의 서사를 담아왔다. 지난 2022년 전남도립미술관에서의 대규모 전시였던 ‘BIG MAN : 다시 일어서는 몸’에서 거대한 몸의 형상은 많은 이들에게 박치호 작가의 작품세계를 각인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 인간을 그리고자 했던 작가의 고민이 깊게 반영된 작품을 볼 수 있다. 하나하나의 인간에 더 집중했던 작품에서 나아가 ‘붉은 몸’의 몸들은 시대의 삶을 껴안은 몸으로 더 웅장하고, 더 거대한 몸으로 인식된다. 몸을 비추어내는 빛과 강렬한 어둠이 내려앉은 배경은 한 개인의 몸이 아닌 시간이 축적된 모든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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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작가가 예술공간 집에서 자신의 작품 ‘붉은 몸’의 모티브가 된 92년 드로잉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
작품이 주는 거대한 울림과 웅장함은 작가의 작품 제작 방식도 큰 몫을 한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작가는 재료의 한계를 넘어서서 독자적 제작 방식을 구축했다. 아크릴 안료를 린넨천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마치 시간을 쌓아 올리듯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색들은 화면 아래 깊이 침잠하며 묵직하고도 웅장한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 3~4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인간의 몸과 마주하면 삶의 깊이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만난다.
예술공간 집은 전시 특별 프로그램으로 ‘작가&철학자의 대담’을 마련, 전시 개막일인 4월 1일 오후 4시에 진행한다. 작가론으로 함께 한 허경 철학자와 함께하는 대담으로, 박치호 작가의 작품세계를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4월 14일에는 광주비엔날레 ‘GB작가탐방’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의 작가론에서 허경 철학자는 박치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배어듦과 겪음’의 미학이라 해석했다.
“이 붉은 저녁 햇살 아래 붉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붉은 바다, 붉은 몸. 내려앉은 해의 빛인 붉음은 인생의 저녁때, 삶의 노년, 삶의 모든 신산을 거친 자의 몸을 의미한다. 이 붉은 몸은 햇살에 붉게 타버린 몸이자, 거친 바닷바람에 풍화된 몸이자, 차가운 빗물에 젖어 우그러진 몸, 박치호의 표현대로, ‘맛이 잘 든’ 몸이다. 계절을 잘 보낸, 그리하여 맛이 잘 배어든(seasoned) 몸, 바람에 의해 풍화된(weathered) 몸, 삶의 풍파를 겪은 몸이다.”
박치호 작가는 전시에 앞서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겠지만, 상처와 고독의 모든 순간을 껴안을 수 있는 더 큰 인간으로 나아가고 성찰해 가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붉은 몸의 형상들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와 가까운 광주이지만 처음으로 개인전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번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와 칭찬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치호 작가는 여수 경도 출신으로 전남, 서울, 호주 등에서 총 10번의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장, 손상기 기념사업회, 여수 도큐멘타 등을 맡아 작가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지역의 미술 현장에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전시 관련 문의는 예술공간 집(062-233-3342)으로 하면 된다.
글·사진=최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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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작 ‘붉은 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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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작 ‘붉은 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