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의 자연스러운 번짐과 은은한 색감이 매력인 수채화. 수채화로 추상을 표현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오랫동안 수채화를 통해 구상작업을 해온 작가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김효삼 작가의 15번째 개인전 ‘현재와 과거’가 4월 4일부터 13일까지 아크갤러리(광주 동구 문화전당로26번길 10-8)와 미노갤러리(광주 동구 동계로15번길 20-4)에서 열린다.

김효삼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그동안 작가가 그려왔던 구상작업이 아닌 새롭게 시작한 추상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라는 것과, 전시 주제 ‘현재와 과거’에서 보여주듯 같은 기간 2개의 갤러리에서 각각 작가의 ‘현재’와 ‘과거’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시를 앞두고 산수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효삼 작가는 “수채화 작업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추상작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면서 “2년 전 회갑 기념 개인전을 마치고 난 뒤 추상작업에 몰두해왔고 지난 2년간 준비했던 작품들을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수채화 작업에 매진해왔다. 맑고 투명한 화폭에 시골집의 풍경이나 소박한 꽃들을 향한 시선을 옮겨 담았고 남도의 풍광이나 세계 각국의 다양한 풍경도 그렸다.

틈틈이 추상작업을 해오면서 노년에는 정식으로 도전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작가는 새로운 길을 간다는 생각으로 최근 2년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작업에 몰두해왔다. 수채화를 추상으로 표현한다는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림에 대한 표현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상작업이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면, 추상작업은 자신이 가는 길이 새 길이라는 생각에 마음껏 작업을 했고 그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김효삼 작 ‘햇살 좋은 날’

작가의 이번 추상작업의 대표작은 ‘생채기’다. 밝은 색을 밑바탕에 그린 뒤 검은 연료로 덮는다. 굳어진 연료를 긁어내면 바탕에 드리웠던 색이 드러난다. 화폭에 드러난 생채기다. 작품마다 드러나는 생채기의 흔적은 모두 다르다. 화폭도 세로로 좁고 길어 긴장감을 부여했다. 특히 ‘부르심’이라는 작품은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시간에 완성돼 작가의 당시 심경이 드러나기도 한다.

“시간을 돌아보면서 나도 날카로운 말을 많이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도했든 아니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이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생채기’ 연작을 내놓게 됐다. 누군가는 ‘생채기’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더라. 나의 생각과 표현이 보는 이와 동질감을 느꼈다는 데서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광주전남수채화협회의 태동을 함께한 수채와 작가였지만 그동안의 작품에서 추상성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고, 최근 작업에서 완전히 추상작업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아직은 완성단계가 아닌 만큼 또다른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당분간은 추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더욱 노력하고 정진해서 멋지고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효삼 작 ‘생채기’

작가는 “남들과 똑같은 전시는 재미없다. 개성 있게 해보겠다”면서 2개의 갤러리에서 자신의 과거 작품과 현재 작품을 나란히 보여주는 컨셉을 내놨다.

미노갤러리에서는 작가의 수채화 작품 20점이 전시된다. 수채화가 갖고 있는 번짐 효과를 잘 표현한 실에 매달린 곶감이 서정적인 ‘햇살 좋은 날’을 비롯해 ‘쑥부쟁이’, ‘새해를 밝히는 동백꽃’ 등의 소박한 꽃 작품, ‘보성 녹차밭’, ‘스페인의 봄’, ‘앙코르에 추억’ 등의 풍광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크갤러리에서 ‘생채기’ 연작을 비롯해 ‘당신의 그림자’, ‘부르심’ 등 추상화 30점이 전시된다.

김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5회, 아트페어개인부스전 8회, 2인전 4회, 단체부스전 5회, 단체전 기획초대전 300여회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광주전남수채화협회, 롯데문화센터 수채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