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등 억대 재산이 담긴 통장을 들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을 만나러 가던 60대 남성이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 덕분에 피해를 면하게 됐다. 경찰관의 기지가 없었더라면 한순간에 전 재산을 피싱범에 빼앗길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최근 수사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광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께 112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60대 남편 A씨가 대포통장 개설 문제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기 위해 6억원 가량이 들어있는 은행 통장을 전부 가지고 서울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기호필 경위는 지구대 순찰차 출동 지령과 동시에 피해자 A씨에게 수십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A씨가 통화를 받지 않자 기 경위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한순간에 직감했다.

A씨는 기 경위와 연락이 닿았지만, 이미 피싱범의 말에 속아 넘어가 경찰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이 개설됐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해 신속한 피의자 조사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간곡한 설득 끝에 A씨는 천안휴게소에 잠시 정차하기로 했고, 신속한 협조를 통해 출동한 충남 고속도로순찰대 경찰관들이 A씨의 휴대폰에서 악성코드를 발견했다.

A씨는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을 알게 돼 경찰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A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카드가 발급됐고 직접 검색한 공공기관 연락처로 통화하다보니 범죄 피의자로 연루됐다는 생각에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며 “경찰관이 아니었다면 한평생 일하고 받은 퇴직금 등 6억원을 빼앗길뻔 했고, 앞으로는 알지 못하는 문자링크는 누르지도 쳐다보지도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에서도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가 수천만원을 잃을뻔 했으나, 경찰의 신속한 조치로 피해를 막았다.

피해자는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낮은 이율의 대출을 해주겠다는 이른바 ‘대환대출형’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현금수거책 40대 B씨에게 1,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건넨 직후 수상함을 느낀 피해자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 일당이 금품을 더 뜯어내기 위해 피해자에게 다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피해자에게 계속 속아 넘어간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B씨는 피해자가 건넨 1,500만원을 비롯해 다른 피해자에게 가로챈 현금 등 4,800여만원을 지니고 있어 곧바로 회수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