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도시의 기능이 쇠퇴하는 '도시붕괴고리(Urban Doom Loo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인구감소로 세수가 감소하면 도시재정이 악화되어 기반시설과 공공서비스가 축소되고, 다시 도시의 경제활동 위축과 인구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쇠퇴 문제는 광주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광주시의 인구는 2014년 147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경기침체로 지방세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우리는 도시붕괴 고리의 충분한 인식과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300년간의 경제 성장률이 평균 1.6%에 불과하며, 이 중 절반은 단순한 인구 증가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즉, 실질적인 평균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인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인구감소가 심각한 현 시점에 대규모 투자 및 개발 정책만으로 도시가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인구감소 및 도시쇠퇴의 해결책을 여전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확장적 도시정책에서 찾는 것 같다. 아마도 대규모 투자로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그에 걸맞게 인구도 증가하고 도시도 성장할거라는 믿음이 생각의 근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는 경제성장의 근본적 결정요소가 건물이나 기계 등의 물적자본 투자라고 믿는 이른바 '자본 근본주의(capital fundamentalism)'와 맥락이 동일하다. 즉 도시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경제도 성장하고 도시재정도 넉넉해져 도시가 발전하리라는 믿음 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말했듯이 자본 근본주의는 노동의 초과 공급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비현실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데, 당연히 도시확장도 그에 비례한 영원한 인구증가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인구가 도시규모에 비례하여 영원히 증가한다면, 도시는 지속해서 확장할 수 있고, 지자체는 도시재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도시쇠퇴는 다른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허구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우리나라 인구가 지속 증가했기 때문에 지자체의 도시확장에서 인구문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도시개발은 인구를 유입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믿음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광주지역은 이미 출생아 감소율 및 인구유출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구감소가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만약 지금 같은 인구감소 추세에서 도시규모만 확장된다면, 도시 기능 붕괴는 더 빠르고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일본의 유바리시 등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 번 시작된 도시붕괴고리는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도시의 성장보다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무분별한 도시 확장이나 대규모 개발 사업보다는 기존 도시 공간의 효율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인구 감소에 대비한 장기적인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 아니라, 향후 예상되는 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한 '수축사회'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의 물리적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구로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