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복날에 보신탕 단상

안수기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중인 친형 정약전이 병약해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형의 안부를 묻는 서신을 보내면서 요리를 하나 제시한다. 흑산도에 야생하는 들개를 잡아서 드시라고 권한다. 친절하게도 개를 포획하는 방법과 요리법까지도 적었다. ‘초정리 박제가의 방법’이라며 인용도 전한다. ‘북학의’의 저자인 박제가가 이미 개를 잡는 법과 보신탕 요리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다산의 입장에서는 척박한 흑산도에서 건강회복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다산의 경우만이 아니다. 조상들의 보신탕 예찬은 넘치도록 많다. 그럼 하필 왜 개고기인가? 하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식물이나 과실에 고유의 성질이 있듯이 육류에도 각각의 성질과 맛과 특징이 있다. 개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고단백질에 고지방 식품이다.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체내 흡수율이 높다. 소화가 잘되는 이유이다. 과식해도 여간해서 장에서 탈이 안 난다. 콜레스테롤의 함량도 적어 동맥경화 등의 발병 확률이 낮다. 따라서 조상들은 산후나 부상, 각종 수술 후에 단기간에 원기의 회복하는데 보신탕만한 것도 없다는 믿음이 강했다. 선호하고 전통으로 이어져온 이유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서도 언급되었다. 개고기는 성질이 따듯하다. 약간 신맛이 나면서 독성이 없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한다.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강하게 한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보신탕은 따듯한 성질로 혈액순환을 높이고 정력과 기운을 복 돋우는 음식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개식용 금지법’ 본격시행 앞둬



한편 조상들에게 개고기는 가성비가 높은 최상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살림에 보신탕만한 대안이 없었다. 물론 돼지나 닭, 소 등의 다른 가축들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개고기가 가장 접근성과 경제성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었다. 소나 돼지 등은 어려운 살림에 자산목록이자 고가의 식품이었던 것이다.

일명 ‘개식용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식용목적으로 개를 사육, 증식,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법이 통과된 것을 보면 개고기에 대한 선호보다는 불신과 혐오가 더 많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마디로 입맛이나 요리에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고기의 식용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적인 정서도 반영된 결과이다. 개고기 말고도 다른 육류나 요리가 넘쳐나고 있다. 굳이 개고기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음식에 대한 주관적 선택권과 전통 음식에 대한 주권상실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보신탕이 의미하는 전통음식에 대한 스토리와 역사성 및 가치는 지금의 잣대로 절대시 될 수 없다. 문화적 선택과 기호식품의 변화는 단기간의 결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훗날 이 문제는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 요즘 음식이 없어서 못 먹는 이는 많지 않다. 다만 건강한 치유와 지혜로운 조상의 문화가 베인 음식이 아쉬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보신탕의 금지법이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대체 요리’로라도 건강 챙기자



더위는 몸 안의 순환과 유기적인 작용의 평형을 잃게 만들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조상들은 무더위로 몸을 해치는 것을 ‘더위 먹는다’고 했다. 더위를 이기는 원칙으로는 ‘이열치열’이 있다. 이열치열은 무턱대고 열기가 있는 고단백의 음식만을 취한 것이 아니다. 너무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몸에 해가 되는 것을 경계하였던 경구이다. 아울러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듯하게’하는 지혜가 있었다. 스트레스나 화를 억제하여 머리는 냉정하게 하고, 찬 음식이나 빙과 음료 및 냉방기 등을 멀리하여 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복날에 보신탕에 한이 맺혔다면 다른 요리라도 관심을 갖자. 잘 알려진 삼계탕이나 용봉탕, 민어탕이나 추어탕도 좋겠다. 가볍게 먹는 음식으로는 냉면이나 팥죽, 콩국수 등도 있다. 마시는 차를 통해서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오미자차나 매실차 등을 권한다. 전문적인 한약으로는 <생맥산>을 추천한다. 갈증을 없애고 더위를 이기는 명약이다. 소화가 걱정되고 체력을 올리고 싶다면 ‘경옥고’도 추천한다. 중년보약의 대명사이다. 사철 계절에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는 명품보약이다.

매미는 울고 본격적인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다리고 있다. 여름의 건강은 겨울철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였다. 냉커피와 찬 음식, 냉방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다. 자연의 온도변화에 순응하면서 평소에 맨발 걷기와 세신목욕 등으로 면역력을 키우자. 더불어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신탕처럼 옛 조상들의 스토리를 통해서 온고지신의 지혜도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