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조건부 휴학 방침을 내놨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학기부터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을 철회하는 휴학계 정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의 2학기 등록률 역시 저조한 수준에 머문 가운데 의정 갈등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의대 학사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유지한 채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동맹휴학이 아닌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대 의대가 전국 최초로 의대생의 집단 휴학을 승인함에 따라 다른 대학으로 ‘휴학 도미노’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려면 기존에 제출한 휴학원을 정정하도록 해 동맹휴학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고,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제적 조치된다.

하지만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의 복귀는 요원하다. 지난달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쳤고, 출석률은 2.8%에 불과했다. 지역 의대의 경우 집단 휴학에 동참한 전남대 의대생은 651명, 조선대는 59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남대 의대 2학기 등록률은 학년당 한 자릿수에 그쳤고, 조선대는 의대 재적생 가운데 10여명이 동록금을 납부했다. 최근에는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늘어나면서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보건 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의대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집단유급 데드라인’을 미루고 있지만, 유급·제적 사태를 막기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에도 의대생들의 복귀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의정 갈등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성사돼야 한다. 타협과 양보 없이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대란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을 접고 현실성 있는 협상안 제시를 통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