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신다는 처서 이후에도 이어진 지독한 폭염과 시간당 100㎜가 넘는 폭포비. 이제는 ‘극한기후’가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역대급 가을폭우까지 극한 기후현상이 벌어지며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응급감시체계를 가동한 지난 5월 20일부터 9월 21일까지 광주·전남 온열질환자수는 총 471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6명(광주 1명·전남 5명)이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이며, 농작물과 가축, 수산물 피해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남도는 지난달 18일까지 164호 농가에서 닭·오리·돼지 등 총 26만 5,250마리가 폭염으로 인해 폐사해 45억 7,5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또 157개 어가에서는 넙치·우럭 등 717만5,000마리가 폐사했으며, 37개 농가의 인삼 135㏊가 잎이 타들어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지난달 하순 전남지역에 내린 역대급 가을 폭우로 1명이 숨지고 수확을 앞둔 농경지가 대거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완도와 장흥은 각기 43년만, 20년만에 9월 중 시간 당 최고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전남의 전통 기반 산업인 농수산업은 이같은 극한기후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다가올 겨울 한파도 걱정이다. 올 여름 “기온이 40도를 넘어갈 수 있다”고 관측했던 기후 학자가 이번 겨울 영하 18도 이하의 매서운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야말로 매년 유례없는 극한의 기후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실에서 앞으로를 더욱 캄캄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재난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를 거듭할 수록 극단을 교차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잦아질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측이 쉽지 않은, 불가항력적인 재난이라 해도 철저히 대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대응 체제도 장기 플랜을 마련하면서 지속적인 보강이 이뤄지는 체계를 갖춰 ‘극한기후’를 대비하는 재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