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중간에 삐거덕거려 물 건너갔는가 했는데 아니었다. 양 시도가 물밑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물밑 논의에는 대구와 경북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 중앙정부 해당 부서까지 함께 참여했다. 22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시도 통합을 선언하는 자리에 이상민 행자부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까지 참석한 것이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통합에 필수적인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약속받으며 행정통합을 선언한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합의문에서 통합지자체 이름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정했다. 또 대구경북특별시의 법적 지위는 서울특별시에 따르는 위상을 갖도록 한다고 했다. 기초단체 사무 권한과 관련해서는 시·군·자치구가 기존 사무 권한을 유지하되 대구경북특별시가 총괄·조정·집행기능을 갖도록 했다.

대구와 경북은 대구경북특별시의 출발 시점을 2026년 7월로 정했다. 이는 곧 2026년 6월에 실시될 지방자치단체 선거 이전에 통합을 완료하여 자치단체장을 한 명만 선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를 통합할 때 혹은 선거구를 조정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이다. 그런 점에서 큰 합의문을 만들어 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통합에 합의했다고 해서 통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2026년 7월에 통합지자체가 출범한다는 보장은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통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이 나타날 것이다. 통합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위로부터의 일방적 통합 선언에 반발하는 시민사회의 비판도 누그러뜨려야 한다. 안동 지역 등 통합에 반발하는 지역의 불만도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다소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양 시도의 통합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구와 경북이 과거 오랫동안 하나의 생활권이었고,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의 가속화로 지역소멸의 위기가 떡 밑까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도자들의 정치력과 중앙정부의 통합 지원 약속도 통합의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그럼 우리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한마디로 말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몇 년 전 다른 지역에서 통합 이야기가 나오자 따라 하는 시늉을 내다가 다른 지역이 조용해지자 덩달아 조용해져 버렸다. 대구와 경북이 물밑에서 통합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게다가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특별자치도 이야기로,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북까지 포함한 메가시티 이야기로 딴전을 피우며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한다. 다른 지역이 통합논의를 할 때 우리 지역은 거꾸로 광주전남발전연구원까지 분리해버렸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구·경북에서는 대구 군·민간공항의 경북 이전 사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지역에서는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광주·전남·무안군이 서로 '네 탓' 타령만 반복하고 있다. 공항 이전이나 행정통합 과정을 볼 때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대구·경북은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중앙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데 반해, 우리 지역은 그냥 중앙정부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 낙후 현상의 정도를 고려하면 정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소멸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이해관계 때문에 통합을 주저하거나 피한다면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아니 가장 좋은 통합 방식은 밑으로부터 통합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 바탕 위에서 시장과 도지사 등 정치인들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시민의 각성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각계각층의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광주·전남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며, 하나의 연대 조직을 만들어 정치인들을 통합의 방향으로 견인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