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극장에서 유아 예술공연 ‘그릇을 만들어 주세요’를 관람했다.

이 공연은 유아교육 지원 사업의 하나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극장에서 어린아이들에게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공연은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예술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3세 아이들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마치 연극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 같았다. 문화전당의 어린이 문화원 공연장은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된 어린이 전용 극장이다. 이곳을 계획하던 때에 나는 이런 꿈을 꾸었었다. 아시아의 어린이들 ‘모두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서서히 가능해질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공연의 주제인 ‘그릇’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쓰였다. 아이들은 그릇 속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그 안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공연 중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예술에 몰입하고 즐겼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인 나는, 아이들이 그 순간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에 감동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머리 위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마음을 표현했고, 또 다른 아이는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마음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정답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다양한 마음의 형태에 대한 고민

아이들이 표현하는 다양한 마음의 형태를 보고, 나도 한때 깊이 고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음’이란 과연 어떻게 생겼으며, 우리 몸속 어디에 있는지. 마음이란 단순히 감정의 표현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의 내면을 이루는 더 깊은 어떤 것이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그 본질을 이해하려고 다양한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며 정의를 내리려고 했었다. 마음은 사람의 감정, 기억, 생각이 자리 잡는 곳으로 흔히 가슴이나 심장 속에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마음이 심장에 있는지 혹은 머리에 있는지는 과학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이번 연극을 보면서 마음은 “사람의 내면을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 그릇 속에는 사랑, 기쁨, 슬픔, 분노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담긴다. 이 마음의 그릇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는 그 그릇이 무거울 때도 있고, 때로는 깃털처럼 가벼울 때도 있다.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어떻게 채울지 선택하게 되고, 그 선택에 따라 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체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가능성이 무한한 그릇과도 같다. 공연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마음의 모습들은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변이었다. 하트 모양으로 표현된 아이들의 마음은 그들만의 순수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이 모습은 인간 본질의 감정을 엿보게 해주는 소중한 장면이었다. 아이들은 나이 든 어른들과 다르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을 더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그릇은 아직 크기도 모양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앞으로의 경험을 통해 그 그릇을 조금씩 만들어갈 것이다.



마음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이번 공연을 통해 나는 예술과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그릇을 가지고 있고,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 어떻게 채워 나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마음을 그려보며, 나 역시 내 삶 속에서 마음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각하게 됐다. 때로는 그 그릇이 슬픔으로 가득 차기도 하고, 기쁨과 사랑으로 넘쳐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각자의 마음의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 속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며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