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재선거를 통해 군수가 바뀐 영광군과 곡성군이 당시 지역민들에게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재원마련을 놓고 양 지자체와 달리 전남도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약들을 내세우며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10월 재선거의 후폭풍이 밀려들고 있는 격이다.

지난 10월 재선거에서 당선된 조상래 곡성군수와 장세일 영광군수는 민주당 차원 공동공약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본소득 도입은 기초단체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전남도의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 양 지자체의 고민이자 주장이다. 즉 기본소득 시범도입을 두고 양 지자체는 전남도와 구체적인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곡성군은 "전남도와 조만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고 영광군도 "재원마련이 빠듯한 만큼,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전남도의 입장은 신중하다. 도는 양 지자체와의 협의에 대해 "협의가 아닌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엄연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도는 "시·군의 기본소득 관련 협조 요청이 있어 만나는 것으로, 전남도 차원의 지급 계획은 현재로서는 마련되지 않았다"며 경계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일회성으로 지급할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전남도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는다.

특히 기본소득을 추진중인 양 지자체가 전남도와 협의에 성공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점이 더욱 부담스럽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신설 변경시 정부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이른바 '이재명표 공약'으로 정치 쟁점화해 정부의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들고 있는 터라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이라는 매우 좋은 취지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이의 실천 과정에서 재원마련 부담 등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든 참고할 사안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