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 광주디자인진흥원장이 최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송 전 원장은 재임기간 코로나19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역 디자인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아시아 캐릭터랜드 조성사업은 ‘꿀잼도시 광주’로 나아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를 만나 퇴임 소회와 그동안의 성과, 광주시와 광주디자인진흥원의 향후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광주디자인진흥원장을 지낸 소회는.

△ 미련없이 열심히 일했고 대과 없이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

취임식 때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했고 기관의 볼륨을 키워 마음이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도움주신분들께 한번 더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

지난해는 12월 말까지 단 하루도 연차를 쓰지 못 할 정도로 일들이 많았다. 덕분에 제 10회 디자인비엔날레는 대 성공을 거뒀다. 재임기간 동안 여러 성과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한편으로 아쉬움과 시원섭섭함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원장에 도전하게 된 스토리를 들려달라.

△지난 2004년 독일 루드빅스부르크에서 문화매니지먼트 과정을 밟았다. 당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시작단계여서 자연스럽게 문화로 폭을 넓혀 갔다.

광주시에서 많은 문화관련보고서도 책임을 맡았었고 각종 포럼과 세미나에서 좌장역할 등 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문화사업 관련 발표, 포럼 진행을 맡으며 회의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는데 생각이 실행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누가 이를 발굴했는지도 모르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33년 간의 교수생활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를 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현해 볼 수 있는 기관장에 응모하게 됐다.



-코로나19 때 취임해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 국가간 이동이 통제되던 이른바 ‘단절의 시기’. 사업을 운영하고 디자인비엔날레를 준비하는데도 다소 어려움이 많았다. 팬데믹이 해제되고 나서는 예산 확보가 난항이었다. 사업을 기획하고 국비를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광주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잘 해결한 것 같다.

-재임 기간 이룬 성과와 인상깊었던 일은.

△일단 기관의 볼륨을 대폭 키워놓은걸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산업(부)만 쳐다보던 디자인진흥원을 문화(부)로도 길을 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AI 융합 디자인과 문화(콘텐츠)융합 디자인을 강화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연차별 계획에 여러 사업을 반영시켰다.

기관의 운영은 크게 조직운영과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조직 운영에서는 부서·직원마다 서로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함께 협업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사업분야에서는 총 예산 308억 규모의 ‘아시아캐릭터랜드 조성사업’을 눈여겨 봐줬으면 한다. 사업 기획·예산 확보·중앙재정투자심사만 거치는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현재 전국 설계 공모가 진행 중인데 캐릭터 산업 진흥은 물론 ‘꿀잼도시 광주’의 핫 플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외 문화관련 문화콘텐츠 분야 비즈니스 육성사업 38억, 지역 문화자원 상품개발 48억원 등이 확정됐고 내년도 문화 융합 공공디자인 사업에 200억이 반영되면 총 600억 규모의 사업을 진행중인 셈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무리 못한 사업이나 아쉬웠던 점은.

△원장 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관은 다소 아쉽게 생각된다. 그러나 비엔날레재단으로 이관 결정된 만큼 내년 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광주디자인진흥원 직원들의 처우나 복지가 열악하다. 안타깝고 디자인진흥원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시 출자·출연기관으로서 총액인건비가 제한돼 처우개선이 쉽지 않겠지만 광주시에서 산하기관 인건비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하니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에 발맞춘 지속적인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자인진흥원이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지역과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우선 공공디자인 분야의 역할을 추가해 ‘공공디자인추진단’을 만들고 관련 사업들도 확대했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인 만큼 문화를 향유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디자인과 결합시켜 ‘산업화’하는데도 중점을 뒀다. 공예문화산업 육성, 인쇄출판산업 육성 뿐만 아니라 협업형 비즈니스모델 육성사업 등 관련 사업들도 늘었다.

조직문화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했다. 계약직, 정규직 등 5단계의 수직적 직급 구조를 2단계로 줄이면서 수평적 조직문화, 즉 ‘일하는 조직’으로 바꿨다.



-광주시와 광주디자인진흥원 발전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광주시가 매력있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공디자인, 문화디자인 등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하다.

영국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은 ‘Design, or Resign’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디자인을 모르면 사임하라’라는 의미로 읽힌다. 강력한 디자인 정책으로 당시 런던, 영국은 새로운 부흥기를 열었다.

광주도 ‘100년 광주’를 위해 하나씩 매력적인 광주로 만들어야 한다.

광주시디자인 진흥 정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 디자인진흥원과 같이 논의해 광주시 디자인 컨셉을 시정철학에 맞도록 구현할 필요가 있다. 도시브랜드 사업등은 반드시 디자인진흥원과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 각 부서에 혼재돼 있는 디자인관련 사업을 디자인진흥원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 디자인진흥의 두가지 큰 줄기(산업디자인·공공디자인)를 잘 파악해야한다. 이어 광주시에서 지원중인 디자인산업화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증액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공공디자인과 문화융합디자인은 문체부 영역인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이 최소 2028년까지는 신청 가능하다. 광주시 공공디자인 사업은 광주디자인진흥원을 중심으로 수행하면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위상에 걸맞는 ‘디자인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씽킹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디자인은 솔루션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것이다. 오랜동안 디자인분야에서는 제품·서비스를 개선하거나 혁신할 때 이용됐다.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할때는 반드시 공감-정의-요구사항 이해-아이디어 도출-시제품 제작-테스트·개선 등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 새로운 디자인을 구하는데 이를 디자인 씽킹이라 한다.

이는 디자인분야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의 방법론이다. 사용자 중심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기업이나 조직의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혁신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면서 집단의 다양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열어준다.



-퇴임 후 계획이 있나.

△유럽의 디자인 어린이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라 하는데 이를 국내 어린이 (영재)교육에 도입하면 아주 좋은결과가 나올거라 예상한다. 유럽 사례 연구 및 조사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다.



-직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광주디자인진흥원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노력에 대한 보상이 미흡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서 기업,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밖에서도 항상 응원하고 힘 닿는 곳 까지 돕겠다.

약력
△원광대 응용미술 학사
△독일 루드빅스부르크 문화 매니지먼트 과정 수료
△독일뮌스터 응용과학대학교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공
△경기대 언론미디어 박사과정 수료
△호남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예술대학장
△ACC 아시아문화전당 운영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연차별 실시계획 추진단장
△광주디자인진흥원장

홍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