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사에서 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 노인이 동네 미용실을 찾았다가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스마트폰 예약 시스템을 모르는 그는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병원을 예약하고, 음식점을 찾아가며, 대기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노년층에게는 ‘편리함’이 아니라 ‘장벽’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예약 시스템이 빠르게 디지털화되었다. 대형 병원과 식당은 물론이고, 미용실과 목욕탕도 모바일 예약 없이는 이용이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모든 연령층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80%에 달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전화나 문자 기능만 사용할뿐 모바일 예약과 결제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인들은 ‘보이지 않는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기사 속 미용실도 온라인 예약을 하지 않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업장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운영 방식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이제는 머리도 못 자르는구나’라는 깊은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디지털 소외는 일상적인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명절 기차표 예매다. 한국철도공사는 일정 비율의 좌석을 창구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적어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확보하기 어렵다. 창구에서 줄을 서도 이미 온라인에서 대부분 팔린 후라, 노인들은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클릭을 반복하며 빠르게 표를 확보하지만, 온라인 예약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결국 포기하는 일이 반복된다. 명절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차표를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젊은 세대를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비대면 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층의 소외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미용실뿐만 아니라 은행, 병원, 시장에서도 “예약을 안 하셨으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격차를 줄이려면, 단순히 “노인들도 스마트폰을 배워야 한다”는 식의 접근을 넘어 모든 연령층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대면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를 병행하되, 실질적인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공공기관과 병원의 노인 전용 창구를 확대하고, 대면 예약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명절 기차표 예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창구 판매 비율을 확대하거나, 전화로 사전 예약을 받아 현장에서 발권하는 노인 전용 예약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디지털 환경을 더욱 직관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모든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예약 절차를 간소화하고, 키오스크에 음성 인식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세대 간 배려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직원들이 조금 더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배려’이기 때문이다.

기사 속 노인은 단순히 예약을 못해서 머리를 깎지 못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노년층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사회를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편리함이 특정 세대에게만 주어진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배제다. 디지털 사회에서도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변화 속에서 소외되지 않는 시스템을 고민할 때다. 그것이 초고령 사회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