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기존 산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의사 결정 과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금융, 헬스케어, 자율주행, 사무자동화 등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AI 시대 최대 난제는 에너지와 물 공급이다. AI 산업의 핵심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값을 도출하는 것이며 기술 혁신은 전력과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가 대중화됨에 따라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최대 공급처인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도 증가하게 되는데 반도체 생산 증가는 전력수요와 물 사용량의 증가를 동반한다. 또 AI 데이터 처리 관련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우리나라의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에 달한다. 특히 고성능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다량의 물을 사용하게 된다.

전남지역은 전력과 물 공급 인프라를 활용해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력 부분에서는 풍부한 일사량과 해상풍력에 적합한 입지를 보유해 태양광과 풍력 분야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 공급 부분을 살펴보면 정부가 발표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에서 영산강·섬진강 수계는 유역별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이 연간 3,705톤으로 한강 유역의 3.6배, 낙동강 유역의 2.2배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밀도를 반영한 이유도 있겠으나 유역 내 효율적인 물 관리 체계가 구축된다면 미래의 가장 큰 핵심산업 기반이 될 것이다.

강수량의 양극화 현상 심화로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그릇을 키우고 기존 수자원 시설의 효율을 극대화해 낭비되는 수량을 최소화 해야한다. 우선 지방 및 광역상수도의 기존 시설 여유량을 최대한 활용해 장래 물 부족량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지역의 큰 물그릇인 장흥댐과 주암댐의 수원 연계는 대표적인 기후 위기 대응 사업이다. 극한 가뭄대비 댐 간 수원 연계를 통해 장흥댐 여유량(10만톤/일)을 주암댐으로 대체 공급하기 위해 도수관로를 신규로 설치하는 것이 사업의 주요 골자다. 전남도는 이상기후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고 국가전략산업의 미래용수 수요 대처를 위해 조속한 사업 추진을 환경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또한 섬진강 유역 최상류에 위치한 섬진강댐 용수의 85%가 동진강 유역 김제평야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어 광주·전남지역 생·공용수 부족 및 하류 염해피해 발생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농촌 인구의 노령화, 농경지 감소 등 변화된 농업용수 수요량 재조사 후, 생·공용수로의 활용을 확대하는 섬진강댐 용수의 합리적인 재배분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간 수자원의 불균형,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물 공급 여건에 대응, 물 재이용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물의 재이용이란 빗물, 오수, 하수처리수, 폐수처리수 및 발전소 온배수를 물 재이용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고, 그 처리된 물을 생활, 공업, 농업, 조경, 하천 유지 등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남도는 올해 여수시, 구례군, 무안군과 함께 하수처리수와 빗물을 활용한 물 재이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시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785억원을 투자해 하수처리수를 재처리, 1일 5만톤의 하수재이용 공업용수를 여수국가산단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기술혁신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산업변화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터넷 시대와 스마트폰 시대를 잇는 전방위적 대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챗GPT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필두로 인공지능 산업의 급속한 확산이 나비효과처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반이 되는 물관리의 중요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대한민국의 중요 성장동력이 되도록 수자원관리에 전 국가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