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주장이 담긴 도서가 수백 권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법원으로부터 판매·배포 금지 판결을 받은 '전두환 회고록'까지 버젓이 비치돼 있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기반 독서교육 프로그램 플랫폼 '독서로'를 분석한 결과로 전국 초·중·고 159개 도서관에 386권의 5·18 왜곡 폄훼 도서가 소장돼 있었다.

전국 시도 가운데 경기도가 86권(36개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52권(21개교), 경남 38권(11개교), 전북 28권(10개교), 부산·경북 각 27권(10개교·12개교), 인천 24권(11개교), 충북 20권(6개교)으로 나타났다. 광주도 11개 학교에 26권이 비치돼 있었고, 전남은 1개 학교에 3권이 소장돼 있었다.

광주의 한 사립학교를 포함해 전국 8개 학교에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묘사해 판매 및 배포 금지 처분을 받은 '전두환 회고록'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참가 시민을 '북한 특수군'으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해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만원 씨의 역사 왜곡 도서도 광주의 4개 학교에서 소장하고 있었다. 또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을 한 김대령 씨가 지은 역사 왜곡 도서도 광주 6개 학교, 전남 1개 학교에 비치돼 있었다.

이처럼 부끄럽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은 도서관 운영 규칙상 5·18 역사 왜곡 도서들이 구입 때부터 걸러져야 맞지만, 도서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심의하거나 기증을 통해 반입되면서 심의를 거치지 않은 때문으로 추정된다.

학교 도서관의 소장 자료 폐기 여부는 관련 조례에 따라 도서관 운영위워회를 개최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해당 학교들은 지체없이 운영위원회를 열고 5·18을 왜곡 폄훼한 책들을 즉각 폐기해야 마땅하다.

5·18 왜곡 도서들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일부 극우 세력이 5·18을 폄훼하는 데 활용하고 있을 뿐,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이미 부정당하고 배척당했다. 하지만, 이를 접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5·18 계승과 역사 교육의 중심지인 광주마저 일부학교가 역사 왜곡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물론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은 철저한 지도 감독에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